반도체업계, 사물인터넷·웨어러블 선점 경쟁 시작

국내외 반도체업계가 신규 수요처로 부상한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분야 대응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향후 시장의 본격적 팽창에 대비하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은 반도체 업계의 차세대 신규 수요처로 주목받고 있다. 사물인터넷이 확산되면 독립적 기능을 하던 물체에 네트워킹과 센싱 등의 역할을 담당할 다양한 반도체 탑재가 필수적이다.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처럼 개인용 디바이스로 도입이 늘어난다면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이 아직까지 초기 단계고 진화 방향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향후 반도체의 수요를 크게 늘릴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며 “주요 반도체 회사들은 시장 확대에 대비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사업 방향을 제안하는 쪽으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이미 본사차원에서 전담조직을 가동하고 있다. 별도로 IoT그룹을 두고 있고 웨어러블 대응은 신시장그룹에서 전담한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아직까지 큰 수익원은 아니지만 미래 시장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별도 조직체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설계자산(IP) 유통업체 ARM은 최근 사물인터넷 제품 개발과 도입을 돕는 전용 플랫폼을 선보였다. ARM이 운영 중인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엠베드(mbed)와 웨어러블·임베디드에 최적화된 프로세서 코어텍스-M 시리즈를 결합한 모델이다. ARM은 이를 기반으로 향후 사물인터넷에 특화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관련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기남 반도체협산업협회장(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행사에서 “반도체산업은 웨어러블, 사물인터넷 등 신규 수요 창출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AP와 모바일D램, 낸드플래시를 하나의 패키지에 묶은 웨어러블반도체 ‘ePOP’를 최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S’에도 탑재됐다. 디바이스의 공간활용도를 높여 배터리 수명을 늘릴 수도 있고 제품 자체를 더 얇고 작게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 별도 전담팀을 가동하지는 않지만 차세대 수요확대에 대비는 충분히 한다”며 “다양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경쟁사대비 앞선 성과를 내도록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기존 D램과 낸드플래시에 주력하면서 사물인터넷·웨어러블 시장의 확산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사물인터넷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메모리반도체, 다양한 센서와 통신칩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했다. 웨어러블 기기에서는 ‘경박단소’와 제조사와의 협력 체계가 중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회사는 거의 모든 디바이스 제조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며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여러 제조사와 우호적 협력관계를 이어가며 기회를 잡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