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광고 시장, 신·구 미디어의 전장터

[이슈분석] 광고 시장, 신·구 미디어의 전장터

지난 연말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BI) 주재로 열린 ‘2015년도 경제전망 콘퍼런스’ 현장. 기조연설을 진행하던 헨리 블로젯 BI 사장은 갑자기 대형 스크린에 차트 하나를 띄웠다. 구글과 미국 내 유력 언론사들의 2014년도 매출액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만든 그래프였다.

“돈은 사람들의 관심이 머무는 곳에 따라 오게 돼 있습니다.”(Money follows eyeballs.)

블로젯 CEO는 “지금 대중의 흥밋거리와 관심사가 어디에 있고, 또 그들이 원하는 게 뭔지를 이 차트는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차트를 보자. 구글의 지난해 예상 매출액은 700억달러(약 77조8000억원). 이는 최근 ‘디지털 퍼스트’를 선언하며 세계 어떤 신문사보다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창간 162년 공력의 뉴욕타임스 매출보다 35배나 많은 액수다.

창업 16년차 구글 매출액은 미 대표적 지상파 방송사인 CBS 매출의 4배 규모고, CNN과 타임지 등을 보유한 전미 최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 매출보다도 갑절 많다.

특히 광고 수입이 대부분인 구글 연매출액이 세계 TV광고 시장 전체 규모(1740억달러)의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는 게 블로젯 CEO의 논평이다.

광고 시장을 놓고 온·오프라인, 신구 미디어 세력 간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두 진영 모두 매출의 절대 비중이 ‘광고’기 때문이다.

구글 등 인터넷 기업이 탄생하기 전까지 전 세계 광고시장은 신문과 TV 등 오프라인 언론사들의 독차지였다. 광고주 입장에선 이들 외 선택지가 없었다. 독자들도 언론사들이 제공하는 뉴스와 광고 외 세상 소식을 접할 창구는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에 기반을 둔 테크기업의 등장은 미국 광고시장을 필두로, 세계 광고·언론시장의 바로미터인 영국 런던에 이르기까지 ‘광고 플랫폼’의 대변혁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고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닛케이산업신문은 아·태지역 온라인 광고 시장이 전년 대비 30% 급증했다고 전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아·태지역 온라인 광고 지출액은 466억달러(약 51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중국은 아·태지역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 온라인 광고는 237억달러로 전년 대비 45% 성장했다. 아·태지역 전체의 50.9%를 차지한다.

특히 스마트폰 인구 증가로 모바일 광고 지출은 64억달러를 기록, 전년 9억달러보다 7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중국 온라인 광고 시장의 27%다. 바이두와 알리바바, 위챗, 시나 웨이보 등 모두 테크기업 차지다.

인터넷 기업들의 이 같은 독식에 놀란 ‘올드보이’의 역습이 시작된 것은 바로 이 시점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미국 뉴욕타임스(NYT)다.

미국 제일의 신문 NYT가 지난 5월 공개한 ‘혁신보고서’는 ‘절박함’ 그 자체다. NYT는 고백한다. 그들을 위협하는 대상은 더 이상 가디언이나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거대 언론사가 아니다.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테크기업과 버즈피드 등 디지털 기반의 신생 미디어를 새로운 경쟁상대로 지목했다.

이 같은 자기반성의 결과물로 NYT가 내놓은 전략은 ‘디지털 퍼스트’다. 이에 따라 NYT는 이용자의 뉴스 소비 형태를 분석, ‘패키지 매퍼’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모든 기사에 대해 그 순간 독자들의 클릭 패턴을 분석하고 바로 편집에 활용한다.

미국 CNN과 영국 가디언지 등 영미 4대 언론사는 ‘판게아 연대’라는 동맹군을 결성, 온라인 세력을 상대로 한 반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정창덕 강릉영동대 총장은 “NYT의 혁신보고서도 사실 뜯어보면 뚜렷한 가이드라인이나 발전방안이 없다”며 “기득의 권력이나 권위 따위는 모두 잊고, 제로 베이스에서 그려야 하는 게 ‘디지털 퍼스트’ 전략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