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금 스타트업으로 몰리는데…IT기업 몸값, 지나치게 높다

미국의 돈이 IT스타트업 기업에 쏠리고 있다. 뮤추얼·헤지펀드 업계뿐 아니라 개인투자까지 줄을 이으면서 IT기업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모양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최근 미국인들의 은퇴 자금이 우버·핀터레스트·에어비엔비 등 IT스타트업에 집중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전했다. 이들 IT스타트업은 최근 투자 라운딩에서 몸값이 10억달러 이상을 돌파해 일명 ‘유니콘(Unicorn)’이라 불린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뮤추얼·헤지펀드를 통해 개인 투자 형태로 이들에게 자금을 투입한다. 이 IT기업들은 상장 이전이기 때문에 재정 보고서가 필요없으며 거래소에서 투자계약을 맺지 않아도 된다. 연금계좌 운용 펀드들은 투기성을 회피하는 게 정설이지만 이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티.로우프라이스(T.Rowe Price), 블랙록 등 대형 자금 운용사는 미국의 개인퇴직계좌(IRAs)를 모아 수십억달러를 이들 개인 IT기업에 투자했다. 피델리티의 콘트라펀드는 핀터레스트에 2억400만달러, 우버에 1억6200만달러, 에어비엔비에 2400만달러를 각각 투입했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자금운용사들의 뮤추얼펀드는 IT기업에 총합 47억달러 규모, 총 29건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업체들 중에선 티.로우프라이스가 17건의 거래를 맺어 IT스타트업에 가장 활발한 투자를 진행했다.

기존 벤처캐피탈업체 외에 이들 펀드 투자가 급증하면서 IT기업의 몸값 또한 치솟고 있다. 헤지·뮤추얼펀드사들은 근래 들어 이 IT스타트업들의 몸값을 예상 연매출액의 15~18배가량으로 추산하고 투자를 진행한다. 5년 전, 해당연도 예상 매출액 10~12배 정도로 기업가치가 평가되면 ‘아주 비싼 기업’으로 분류했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셈이다.

우버의 기업가치는 최근 투자 라운딩에서 400억달러 정도로 추산돼 지난 2013년 중반 35억달러에서 1000% 이상 급증했고 핀터레스트의 몸값은 110억달러로 예측된다. 스냅챗은 150억달러 정도다. 지금까지 유니콘으로 분류된 IT기업들은 62개사 정도로 지난 2013년보다 3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이 타기업에 인수되거나 상장한 뒤 최근 투자 라운딩 당시의 몸값 그대로 가치가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드물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투자자들의 투자액을 일정정도 보호하는 ‘레칫(Ratchet)’ 조항이 있지만 자신의 주식을 현금화하지 않은 다른 투자자보다 후순위로 처리된다.

최근 있었던 클라우드 스토리지 업체 박스(Box)와 데이터 서비스 업체 홀톤웍스(Hortonworks)가 대표적인 예다. 박스는 지난 1월 주당 14달러로 공모주를 책정하고 1천만여주를 발행하며 서둘러 IPO를 진행했다. 이 회사의 직전 투자라운딩 당시 기업가치 24억달러보다 낮은 금액에 공모를 시작한 셈이다.

스벤 웨버 멘로파크 투자 매니저는 “이 기업들 중 상당수는 향후 3년 안에 몸값이 현재의 3분의 1 토막날 가능성이 높다”라며 “통상 1년에 10~15곳의 기업들이 10억달러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잃는다”고 말했다.

레오나르드 로젠샬 벤틀리대학 재정학 교수는 “자금운용사들이 훌륭한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것은 맞지만, 주주들이 얻을 수익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며 “펀드 포트폴리오의 위험성을 낮추고 싶다면 상당부분의 주식을 공개시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