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맞먹는다?”…중국발 '반도체 딥시크 충격' 예고

무어스레드, 화산-루산 두 종류 차세대 칩 공개
중국의 칩 제조업체 무어스레드 창업자 장젠중. 〈사진=바이두 캡처〉
중국의 칩 제조업체 무어스레드 창업자 장젠중. 〈사진=바이두 캡처〉

중국 반도체 기업 무어스레드(Moore Threads)가 엔비디아 최신 칩과 유사한 성능을 갖췄다고 주장하는 차세대 제품을 공개하면서, 저가이면서도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빠른 시일 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AI 모델 '딥시크(DeepSeek)'가 초저가로 개발돼 파장을 일으킨 것처럼, '반도체판 딥시크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무어스레드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장젠중이 지난 20일 '화산'과 '루산'으로 명명된 두 종류의 차세대 칩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장 CEO는 엔비디아 중국 시장 총괄 매니저를 지낸 인물로, 2020년 무어스레드를 설립해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고 있다.

장 CEO는 “AI 학습과 추론을 위해 설계된 화산 칩은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과 비슷한 성능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화산과 루산이라는 명칭은 각각 중국의 대표적인 산 이름에서 따왔다.

무어스레드는 화산 칩의 성능이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수출을 허가한 엔비디아 H200을 능가한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기술 사양은 공개하지 않았다. 루산 칩은 고성능 그래픽 처리에 특화된 제품으로, 장 CEO는 “AAA급 게임에서 기존 대비 15배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두 제품 모두 내년 중 대량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무어스레드는 이달 5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이후 주가가 약 500% 급등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2일 오전 장중에는 주가가 688위안(약 14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26~2027년쯤 저렴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중국산 반도체가 등장하는 '딥시크 모멘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엔비디아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어스레드의 성공적인 상장을 계기로 중국 내 다른 반도체 기업들의 자본시장 진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상하이 비런테크놀로지, 쿤룬신, 쑤이위안커지 등 다수의 중국 칩 업체들이 상하이나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특히 쑤이위안커지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 출신 인력들이 설립한 회사로 알려졌다.

김명선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