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는 CEO와 인턴에서 CEO, 표철민-김지환 대표를 만나다

군 입대를 앞둔 벤처기업 CEO가 입사 1년을 갓 넘긴 신입사원에게 경영권을 넘겨 화제다.

10여년 스타트업 아이콘인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는 26일 의무경찰로 늦깎이 입대한다. 표 대표는 지난해 말 회사가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는 생각이 들자 입대 결심을 굳혔다. 그는 고민 끝에 회사 경영을 김지환 대표에게 맡겼다.

사진 왼쪽부터 표철민 위자드웍스 전 대표, 김지환 위자드웍스 대표
사진 왼쪽부터 표철민 위자드웍스 전 대표, 김지환 위자드웍스 대표

김 대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친구 소개로 1년 전 인턴으로 위자드웍스에 입사했다. 표 대표는 신임 대표에 대해 “영업부서를 매각하면서 원래 업무가 아닌 경영관리업무를 맡겼더니 회계법인에 전화해 모르는 것을 하루종일 물어볼 만큼 적극성과 친화력이 뛰어났다”며 “직원들이 입사 1년도 되지 않은 김 대표에게 고민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해 회사가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던 위기의 순간에도 제 몫을 다했다.

김 대표는 “저녁 자리에서 표 대표에게 입대라는 말을 듣고 놀란 상황에서 대표이사직 제안까지 받고 더 크게 놀랐다”며 “다른 좋은 분을 모시라고 극구 사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직하고 우직하게 회사를 운영하라는 표 대표 격려에 마음이 움직였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에 뛰어든 것도 보다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에서 시작했던 것”이라며 “표 대표처럼 스타CEO는 아니겠지만 벤처 선배들의 조언을 받아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표 대표는 위자드웍스가 새로 시작한 모바일 키보드 앱 사업이 런처, 잠금(락스크린) 앱을 뛰어넘는 모바일 광고 킬러앱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광고분석·솔루션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지분을 매각하며 파트너십을 공고히 했다.

표 대표는 벤처업계에서 보낸 16년을 정리하며 김 대표를 포함한 후배 스타트업을 향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중학생 시절 인터넷 도메인사업을 통해 ‘최연소CEO’ 타이틀을 달았다.

표 대표는 입대 전 마지막 활동으로 군대환송식에서 스타트업 청년을 위한 월세 지원을 위한 펀딩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지방에서 올라온 많은 젊은이가 창업자금이 아니라 월세도 제대로 내기 힘든 형편에 있다”며 “도전을 권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자립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 대표는 “돌아보니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구분하지 않고 일했다”며 “결국 스킬은 있었으나 작품은 만들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일희일비하거나 유행에 휩쓸리지 말고 스스로 돈을 버는 자생력을 갖춘 회사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