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 칼럼] 창조경제, 전시행정보다는 O2O에서 찾아야..

[안병익 칼럼] 창조경제, 전시행정보다는 O2O에서 찾아야..

미국의 벤처 투자가 존 도어는 지난 몇 년간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3가지 트렌드를 소셜, 로컬, 모바일이라고 지적하며 `솔로모(SoLoMo)`라고 명명했다. 몇해전까지 소셜커머스가 로컬 상품을 판매하면서 스마트폰 보급률과 함께 솔로모시장 즉, 로컬서비스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솔로모 열풍을 이끌었던 대표적 소셜커머스 기업들이 로컬보다는 인터넷쇼핑몰(오픈마켓)에 주력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컬서비스 시장을 둘러싼 열기가 식었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의미하는 O2O(Online to Offline)가 등장하면서 다시금 로컬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간소비 규모는 약 700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중 온라인 거래규모는 약 60조원에 불과하다. 여전히 640조원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앞으로 O2O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O2O 시장이 약 3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O2O는 오프라인 기반의 실생활에 온라인 기술을 접목하는 것을 의미 한다. 예로 가족 외식을 한다고 하면, 무엇을 먹을지 정하고, 맛집을 찾고, 가격을 비교하고, 매장에서 주문과 결제까지 이르는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이제 스마트폰 어플 하나면 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인터넷 쇼핑 자체도 컴퓨터 밖으로 나와 스마트폰으로 점차 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길거리 매장이나 매장근처에서 `검색→ 주문/예약 → 결제`까지 스마트폰으로 처리하고, `소비`나 `픽업`만 오프라인에서 하면 된다. 상품구매뿐만 아니라 택시, 배달, 부동산, 맛집, 미용, 대리, 세탁, 청소, 수리 등 다양한 서비스가 O2O로 확장되고 있다. 오프라인 영역을 온라인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O2O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사회의 전(全)영역이 모바일화 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가 열렸다. 판매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오프라인에서 이용했던 상품 및 서비스를 온라인을 통해 그대로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O2O 서비스는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 외식업의 O2O이용자는 2014년 약 1억4천만 명이고 2015년에는 약 2억2천만 명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오는 2015년 중국 O2O 시장은 최대 4천억 위안(약 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인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면서 정부가 지난 11개월 동안 창조국가를 꿈꾸며 추진해온 창조경제혁신센터 17곳이 모두 완성 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열심히 홍보한 장밋빛 전망하고는 다르게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초반 성과는 초라하다. 정부가 창조경제 육성을 위해 지역별 거점을 만들고 해당기업을 연결시켜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게 하는 정책은 환영 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것이 홍보만 하는 전시행정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창조경제가 홍보관 같은 센터 몇 개 만들고 떠들석하게 개소식 한다고 해서 이루어 지는 건 아니지 않는가? 창조경제혁신세터 개소식 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여 체계적으로 창조경제를 어떻게 육성할지를 정책적으로 정하고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창조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다 같이 노력하는 것이 더욱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스톡옵션제도가 스타트업 구성원들과 기업에게 좋은 제도지만 회계처리 기준이 바뀌면서 스톡옵션 부여시점부터 차액 예상금액을 선 반영하게 되어 있다. 이로 인해 성장기에 있는 기업들은 이익이 감소하게 되어 스톡옵션 부여를 꺼리게 되었고 결국은 좋은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런 것부터 하나씩 개선해 나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 인수합병도 마찬가지이다. 스타트업에 투자한 자금이 회수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상장되거나 다른 회사에 매각(인수)되어야 한다. 대기업들이 직접투자 보다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업을 인수하여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더 유리하도록 여러 가지 정책을 개선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인수합병이 활발히 이루어지게 되고 창조경제는 좀더 활성화 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업종에서 O2O 서비스가 활발하게 등장하고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적극적으로 O2O 서비스 육성을 지원 및 추진한다면 창조경제가 좀더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분야 전반에 O2O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게 하고 O2O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이나 매장에 대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300조원에 달하는 O2O 산업의 성장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다. 이런 거대 규모의 O2O 산업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창조경제 육성이 아닐까?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안병익 주식회사 씨온 대표

국내 위치기반 및 소셜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LBS산업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이사를 역임했다. 연세대 컴퓨터과학 박사로 KT 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1998년 사내벤처를 시작으로 2000년 LBS기업 포인트아이㈜를 창업해 2009년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0년 위치기반SNS 기업 (주)씨온을 창업해 사용자 참여형 맛집정보서비스 `식신핫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와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