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송전망 투자 좋지만, 활용전략이 더 중요

정부가 앞으로 전력을 많이 소모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닿을 신규 송전망 구축에 국민성장펀드 자금을 투입, 사업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송전망 구축 같은 투자 안전성이 높은 대국민 공모자금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많이 책정될 것이란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국무회의 겸 업무보고에서 주민 반대가 많고, 투자액도 큰 송전망 구축을 국민성장펀드 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재차 제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국민참여 공모형태로 투자를 제안한 데 이어 이번엔 송배전망 구축 자금 50조~60조원의 투자 안전성까지 직접 언급했다. 앞으로 이 방향으로 국가송전망 관련 국민성장펀드 투입 로드맵이 짜여질 개연성이 커졌다.

대통령 언급대로 한전이 끝없이 채권을 발행해 신규 송전망에 투입하는 것보다, 송전망은 한전이 위탁받아 구축하되 사용요금 관리와 활용을 정부가 맡으면 투자 신뢰성은 훨씬 높아진다. 비교적 안전하지만 금리가 낮은 한전 채권보다는 투자매력이 훨씬 높아진다는 뜻이다.

정부로선 정책 속도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듯하다. 서해안 재생에너지 밸트, 에너지고속도로 등은 대선 공약 사항인데 송전망 구축에 막혀있다간 이 정부 내로 이렇다 할 모양새를 갖추기 어렵다.

국민성장펀드가 곧 출시돼 앞으로 5년간 최첨단 전략산업 분야에 펀딩되는 구조를 띠지만, 이미 1년은 경과했다고 봐야 한다. 나머지 4년 동안, 또 임기 뒤 다음 정부에도 이어질 가치있는 펀드로 남으려면 속도감 있는 추진과 산업계 실질 성과가 필수다.

정부가 수도권을 포함한 다수 국민대상 최대 민감 사안인 송전망 구축에 강력한 정책 방향을 싣고 나선점은 긍정적으로 본다. 어디서 생산되든, 어떤 품질의 에너지 밀도를 갖든 송전망 없이는 생산전력 거의 모두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송전망이 제 구실을 하고, 높은 사용료를 받으며 투자대비 이익을 얻으려면 실질적인 사용처와 연결돼야 한다. 굳이 수도권 에너지 다소비시설 집중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향후 국가 AI데이터센터·반도체 클러스터 등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은 국가적 목표나 다름없다.

전력 생산지 지도와 그 에너지 품질, 핵심 전력 소비설비 위치 등이 종합적이고 전략적으로 짜여져야 하는 이유다. 국민참여 펀드가 이들 반도체·AI에 전력을 공급할 인프라에 투입된다면 지갑을 선뜻 열 국민이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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