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전면중단]北 “남측인력 추방”…韓 1조 자산동결 현실화, 기업피해 눈덩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선언에 이어 11일 북한이 남측 인원 추방이란 초강수로 나왔다. 개성공단 내 우리 정부·공기업·민간업체가 투자한 설비와 시설이 모두 동결됐다. 금강산관광단지 시설 동결 때와 같은 자산몰수가 현실화됐다.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완제품과 원자재, 설비 등 물적 피해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개성공단 생산 제품에 대해 특혜관세 혜택을 주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작업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부처 간 협력에 나섰지만, 피해 규모 산정 등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2007년 350억원 투자한 송변전설비와 현대아산 면세점·호텔 등 시설물 400억원어치가 북한 추방 발표와 함께 동결 조치됐다.

북한이 설비, 물자, 제품을 비롯한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함에 따라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 설비는 물론이고 자재와 완제품도 대부분 개성공단에 놓고 이날 중으로 인력만 빠져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중 FTA 후속 조치인 ‘역외가공지역위원회’ 구성도 불투명할 전망이다.

한중 FTA는 개성공단 역외가공을 인정해 협정 발효와 동시에 특혜관세 혜택을 부여한다. 우선 310개 품목에 대해 역외가공을 허용하고 양국 합의에 따라 매년 개정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중국은 역외가공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역외가공지역 확장 및 추가 등을 논의할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와 통일부, 관세청 등과 중국 유관 부처가 공동 참여하는 역외가공지역위원회 구성 작업이 진행 중이었지만, 이번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로 위원회 구성은 사실상 불투명한 상황”라며 “향후 역외가공지역위원회 구성 여부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한중 FTA가 별도 조항(제3.3조)을 만들어 개성공단에 특혜관세 혜택을 부여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개성공단 입주 기업 중 한중 FTA 플랫폼을 활용한 중국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섬유 관련 업체가 6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로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로 중국과 베트남 제품으로 수요를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후속 조치로 단전과 단수까지 검토하면서 개성공단에는 전기와 물 공급마저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전력은 현지에 직원 6명을 남겨둔 채 단전 여부와 관련한 정부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수자원공사도 정부 방침에 맞춰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예정이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일시 폐쇄 때도 한전 평화변전소 직원들이 가장 마지막에 철수했다”며 “이번에도 모든 인력이 철수한 다음 마지막 단계에서 변전소 철수와 단전 조치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북한은 11일 오후 “개성공업지구에 들어와 있는 모든 남측 인원을 2016년 2월 11일 17시(우리 시간 오후 5시 30분)까지 전원 추방한다”고 밝혔다. 발표는 추방 완료 시점 30분을 남기고 기습적으로 발표해 사태 심각성이 커졌다.

이에 앞서 정부는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11개 부처 차관이 참석하는 정부합동대책반 첫 회의를 가졌다. 소관 분야별로 입주기업을 위한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지원시스템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입주기업 조업중단으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생산차질과 자금조달 등 어렵고 시급한 사안부터 우선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며 “통일부에 개설된 기업종합지원센터와 협조해 입주기업에 대한 일대일 맞춤형 지원이 될 수 있도록 관련 현장지원기관 간 협업시스템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으로는 첫 지점이자, 유일하게 지점을 유지해오고 있던 우리은행도 철수 작업에 들어갔다. 설 연휴 남측에 머물던 우리은행 개성지점장과 부지점장이 11일 입경해 나머지 잔여 직원 1명과 철수한다. 우리은행은 전산자료 백업 업무를 마친 뒤 13일 귀환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개성공단 관련 금융업무는 오는 15일 서울 회현동 본점 영업부 회의실에 설치된 임시영업점에서 재개한다. 입주 업체들은 우리은행 임시영업소에서 예금, 송금, 환전 등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이경민 코스닥 전문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