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도 상어처럼···이빨 재생세포 있다

상어는 죽을 때까지 이빨을 몇 번이고 간다. 인간의 경우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간니)가 나오면 다시는 새로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의 몸안 세포에 상어와 같은 이빨 재생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셰필드대뉴스는 14일 이 대학 동식물학과 연구진이 인간에게도 상어처럼 이빨이 빠지면 다시 자라게 해주는 치아판 세포가 수백개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언젠가 인간의 이빨이 빠져도 다시 나오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준 발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구진은 인간이 평생 이빨을 두 번 만들어내는 반면 상어는 평생 동안 이빨을 계속해서 간다는 점에 착안해 비교연구를 했다.

상어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난폭하다는 백상아리. 평균 무게가 2.3톤. 수면위로 최고 3미터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상어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난폭하다는 백상아리. 평균 무게가 2.3톤. 수면위로 최고 3미터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상어는 평생동안 이가 빠져도 다시 난다. 사진=위키아닷컴
상어는 평생동안 이가 빠져도 다시 난다. 사진=위키아닷컴
고대에 살았던 괴물상어 메갈로돈의 이빨. 사진=위키피디아
고대에 살았던 괴물상어 메갈로돈의 이빨. 사진=위키피디아
역사상 최대의 괴물상어였던 메갈로돈의 이빨. 2천600만년전에 생존했었다. 사진=위키피디아
역사상 최대의 괴물상어였던 메갈로돈의 이빨. 2천600만년전에 생존했었다. 사진=위키피디아

그 결과 인간에게도 상어와 똑같은 이빨재생 유전자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인간에게도 상어 몸속에 있는 치아판(dental lamina,齒牙板)으로 불리는 상피성(上皮性) 세포가 있었다.

인간이 단 한번 이를 갈고 나면 인간 몸속에 있는 이 치아판 세포는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연구진은 상어의 이빨재생 유전자가 인간에게도 있다는 이번 발견을 바탕으로 인간의 빠진 이빨도 다시 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과학자는 인간과 상어 두 종이 공동조상을 가졌던 4억5천만년 전 이래 진화를 해오면서도 이같은 이빨재생 유전자를 지금까지 계속 공유해 왔다고 말한다. 그런데 상어와 달리 인간의 진화과정에서는 이 세포를 이용해 이빨을 재생하는 기능이 퇴화해 버렸다. 인간의 이빨을 다시 자라게 하는 유전자는 특화된 세포 안에 들어있는데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자라면 대부분 죽거나 동면상태에 들어간다.

인간과 상어는 4억5천만년전부터 이빨재생 세포를 공유했었고 진화이후에도 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발달생물학
인간과 상어는 4억5천만년전부터 이빨재생 세포를 공유했었고 진화이후에도 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발달생물학
셰필드대 연구진은 상어이빨의 발달과정을 연구, 이빨이 다시 자라게 하는데 관여하는 400개의 유전자를 발견했다. 사진=발달생물학
셰필드대 연구진은 상어이빨의 발달과정을 연구, 이빨이 다시 자라게 하는데 관여하는 400개의 유전자를 발견했다. 사진=발달생물학
두툽상어의 태아 이빨에 이빨 재생세포가 있었다. 사진=발달생물학
두툽상어의 태아 이빨에 이빨 재생세포가 있었다. 사진=발달생물학

연구진은 인간이 가진 이 유전자들을 재작동시키는 법을 알아 낸다면 이빨이 빠지더라도 다시 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레스 프레이저 박사와 동료들은 두툽상어(catshark) 태아의 초기 이빨형성기에 이 유전자들을 발견하고 이들이 이빨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유전자는 치아판으로 불리는 세포속에 들어 있었다. 상어의 경우 이 치아판이 영구적으로 자라고, 재생된다.

프레이저박사는 발달생물학(Developmental Biology) 최신호에 게재된 논문에서 “상어들은 평생동안 자신들의 이빨이 썩기 전에 새 이빨이 다시 자란다. 좋은 소식은 이 이빨을 다시 자라게 하는 유전자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들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상어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인간도 이빨(영구치)이 빠지면 다시 나오게 할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인간은 젖니와 영구치 단 두 번만 이빨을 만들어 낸다....따라서 우리의 노력은 정말로 가치 있다. 상어는 결코 이빨이 썩는 일이 없다. 이들의 이빨은 빠지면 이전보다 훨씬 더 빨리 자란다. 중요한 것은 이 세포들을 활용해 인간의 이빨을 다시 나게 하려는 노력이 과히 터무니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은 청소년기에 이 치아판 세포를 잃게 된다. 이들은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우리가 이들을 다시 살려내 미래의 이빨 치료에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프레이저박사는 이빨을 자라게 하는데 관여하는 400개 유전자를 찾아냈다. 그는 “빠진 이빨이 다시 자라나게 하는 유전자망이 재가동시키는 법을 알기 위해서는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 이 작업에는 여러 해가 걸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에게도 상어처럼 빠진)이빨이 다시 나는 일이 생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인간에게 정상보다 많은 이빨들이 자란 경우가 보고 되고 있다. 실제로 11살된 소녀에게 81개의 이빨이 난 사례가 보고된 적도 있다.(이런 경우 추가로 난 이빨은 빼야 한다.)

상어가 자신의 이빨을 컨베이어벨트 같은 형태로 재생해 내는 능력은 1845년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오웬 경에 의해 처음 과학계에 보고 됐다. (그는 ‘공룡(Dinosaur)’이라는 이름을 지은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이미 일부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이빨을 키워내는 방법을 찾아낸 만큼 조만간 의치는 과거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일부 치과전문의들은 이빨을 완전히 제대로 기능하는 두개의 이빨로 쪼갠 후 생쥐의 턱에 심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이는 장차 인간이 이빨을 잃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전혀 새로운 방식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달생물학 과학자들은 나중에 이빨로 발전하게 될 생명체 형성초기에 만들어진 세포 그룹인 ‘이빨 싹(teeth germ)’을 추출하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다. 실험결과 이 이빨을 이식받은 생쥐는 음식을 씹고 이빨에 오는 자극을 느낄 수 있었다.

이재구 전자신문인터넷 국제과학 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