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차 충전기 표준, 현실에 맞게 재정비를

우리나라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기가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충전 중에 케이블이 쉽게 뽑히고, 거치대가 없어 케이블이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2012년 국가표준원이 정한 표준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는 케이블을 고정시킨 일체형과 분리형으로 규격화했다. 경제성을 따지다 보니 공용충전소는 대부분이 분리형 충전기를 설치했다. 그러다 보니 전기차 운전자는 케이블을 차에 싣고 다니면서 충전할 때 꺼내 써야 하기 때문에 충전케이블을 아예 꽂아 놓고 쓰는 때가 허다하다.

더욱이 2013년 이후 출시된 차량에 사용하면 안 되는 충전케이블이 꽂혀 있는 사례도 있어 자칫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용량이 다르지만 충전케이블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용량에 맞지 않은 케이블로 충전하는 때도 비일비재하다. 과부하·과열 현상 발생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분리형 충전기뿐만이 아니다. 일체형도 거치대가 없다 보니 충전케이블이 바닥에 뒹굴고 있는 등 자칫 감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충전 중인 케이블이 쉽게 뽑힘으로써 안전도 담보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는 국가가 정한 모호한 설치 규격 표준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용으로 쓰는 완속충전기는 케이블 일체형으로 일원화해 충전기 표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비자는 자기가 보유한 전기차에 맞는 충전시설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 용량이나 방식에 부합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위험에서 자유롭고, 사용에서 편리해야 한다. 소비자가 진땀을 빼가며 충전해야 한다면 전기차 확산은 기대하기 어렵다.

전기차 매니지먼트 시스템, 배터리 기술 국가 표준은 매우 중요하다. 충전 인프라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내수 확산과 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반영하는 충전 인프라 표준화 작업은 비단 충전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충전 인프라의 특성상 전기차 부품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안정성과 함께 경제성, 편리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현실에 맞는 재정비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