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시작

[ET단상]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시작

싸이월드를 기억하는가. 2000년대 중·후반에 개인 미니 홈페이지 열풍과 함께 전성기를 누리다가 추억 속에 사라지고 있는 싸이월드가 최근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싸이월드가 재기의 희망을 찾은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대중이 좋은 아이디어나 기술력이 있는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을 직접 구입,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형태로 이뤄진다. 일반의 크라우드펀딩은 주로 보상 없이 기부하거나 후원 금액에 따라 비금전 형태로 보상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서 투자자는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을 구입하기 때문에 기업이 성장하면 그만큼의 금전 형태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일반 주식과 달리 1년 동안 자유롭게 되팔기가 불가능하지만 금융기관이나 전문 투자가에게는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 상장하기 어려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은 이를 통해 사업 자금을 조달할 뿐만 아니라 시장에 나가기 전에 대중의 반응을 예측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꿩 먹고 알 먹는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벤처 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를 활성화했다. 세계 최초로 크라우드펀딩을 법제화한 곳은 미국이다. 지난 2012년 이른바 `잡스법(Jumpstart Our Bussiness Startups Act)`을 제정, 스타트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크라우드펀딩을 본격 지원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선두주자는 영국이다. 2013년 크라우드펀딩법 제정과 함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성장세를 가속화했다. 최근에는 투자자들에게 맞춤형 정보 제공을 위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모아서 소개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텐더(Tendr)`가 등장하면서 크라우드펀딩이 확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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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난 1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법이 시행됨에 따라 유망한 비상장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됐다. 크라우드펀딩법 시행과 동시에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5개 중개업자가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시작 한 달 만에 총 944명이 14억8000만원을 투자, 일부 기업과 스타트업의 숨통을 틔워 줬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성공 기업 1호는 마린테크노이다. 마린테크노는 해양생물을 이용, 다양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해양바이오기업이다. 하루 만에 목표 금액 7000만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보였다. 투자에 목말라 있던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과 기업에 대한 믿음으로 끌어낸 결과다.

지난해 창조경제타운에서 진행된 모의 크라우드펀딩에서 낙상 방지 휠체어로 시장성을 인정받은 와이비소프트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다시 한 번 시장성을 인정받았다. 모의 펀딩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 실제 목표 금액보다 1900만원 많은 1억2900만원을 투자받았다.

물론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모든 기업에 성공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 1월 이후 한 달 동안 펀딩에 참여한 32개 기업 가운데 9개 기업만이 목표액 80% 이상 투자를 받았다.

투자 유치에 성공하려면 실제 펀딩에 앞서 대중을 설득할 준비가 필요하다. 섣불리 뛰어들기보다는 사업화에 관한 전문가 멘토링을 받거나 모의 펀딩에 참가,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매력 상품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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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타운에서 사업화 전 과정에 대한 전문 멘토링을 받거나 다양한 모의 크라우드펀딩 행사를 통해 실전 연습의 기회를 잡는 것도 한 방법이다.

탄탄한 준비가 갖춰진다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반드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shhahn@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