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000억기업]작년 474곳 기록…성공 요인은 R&D 투자와 해외 진출

[벤처 1000억기업]작년 474곳 기록…성공 요인은 R&D 투자와 해외 진출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긴 벤처기업은 474개사였다.

당초 500개사가 넘을 것이라는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반영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벤처기업계는 경제 위기 여파가 큰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내수 부진에 수출 감소 등으로 매출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하거나 사업 부문에서 제외된 기업도 65개사나 돼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반영했다.

전반으로는 2012년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벤처기업이 400개사를 넘긴 뒤 4년째 답보 상태지만 새로이 매출 1000억원을 넘긴 기업도 55개사로 침체된 경기 상황에 희망을 남겼다.

창업 7년 이내에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기업 7개사 가운데 3개사가 화장품 관련 기업(엘앤피코스메틱, 클레어스코리아, 카버코리아)일 정도로 제조업에서 소비재 기업으로 변화하는 벤처 트렌드도 반영됐다. 이들 기업은 중소 규모지만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과 신흥국 소비시장을 뚫고 있다.

`벤처 1000억 클럽`으로 불리는,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벤처기업의 총매출은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삼성(215조원), 현대차(163조원), SK(137조원), LG(114조원)에 이은 재계 5위권(101조원)에 해당한다.

◇벤처는 기술, 연구개발(R&D) 선제 투자 중요

벤처 1000억 기업 성공 요인은 대기업을 압도하는 연구개발(R&D) 지속 투자와 해외 진출 적극성에 있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심화된 수출 둔화세에도 두 자릿수 이상의 수출 증가라는 성과를 올렸다. 이들 벤처기업의 평균 수출액은 529억원,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24.9%에 이른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최근의 수출 침체는 조선, 철강, 기계, 석유화학 등 대기업 수출 주력산업의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보인다”면서 “우리 벤처기업은 꾸준한 기술 개발과 서비스 혁신으로 매출 성장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 핵심이 창의 아이디어와 차별화한 기술임을 감안했을 때 창업 초기부터의 선제 투자 중요성이 확인됐다.

447개 기업을 분석했을 때 창업 이후에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은 200개사였다. 기업당 평균 투자 유치 건수는 2.7건, 평균 투자유치 금액은 24억원이었다.

이들 기업은 창업 4~7년차 시기에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31.6%)한 것으로 확인됐다. `죽음의 계곡` 시기에 적절한 투자금을 유치했을 때 성공 확률도 높아졌다.

성공한 벤처기업이 R&D 투자에 쏟는 노력이 각별하다는 것도 나타났다. 1000억 기업의 평균 R&D비는 기업당 43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R&D 비율이 2.0%에 달해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평균보다 많았다.

R&D 대표 우수 기업인 실리콘마이터스는 창업주 허염 대표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전체 140명 가운데 엔지니어 인력만 100여명이 될 정도로 기술 인재 채용을 중시한다. 그 결과 R&D 비율도 벤처기업 평균을 10배 이상 상회하는 20.1%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도 2014년 1026억원에서 50% 이상 성장한 1682억원을 거뒀다. 세계반도체연맹(GSA)이 주관하는 최우수 매출성장업체상도 받았다.

실제로 매출 1조원을 넘긴 기업들은 지식재산권 보유 측면에서 타사를 압도했다. 코웨이가 2834건, 카카오가 1845건, 네이버가 1707건의 산업재산권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본 투 글로벌` 신흥시장 개척 앞장서는 벤처

조선, 철강, 기계 등 주력산업의 수출 침체 속에서도 강소 벤처기업의 수출 성장세는 뚜렷했다. 업종별로도 에너지·의료·정밀 같은 첨단산업을 비롯해 기계·제조·자동차 부문의 수출이 전년 대비 각각 50.7%, 24.6% 증가하는 등 해외 진출에 앞장섰다.

올해 처음 벤처 1000억 기업에 이름을 올린 혈당측정기 개발업체 아이센스를 대표로 들 수 있다. 아이센스는 중소기업 규모지만 현재 세계 80여개국에 제품을 판매하며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다. 지난해에는 중국 생산공장, 인도 및 칠레 법인 설립 등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자동차 부품기업 성우하이텍은 2014년 처음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성장을 지속, 지난해 매출 1조2462억원을 거뒀다. 이는 성우하이텍이 대기업 협력 사업에 그치지 않고 일찌감치 해외 사업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 놓은 데 있다. 성우하이텍은 1994년 업계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1997년부터 인도를 시작으로 체코, 중국 등에 공장을 가동하고 독일 부품공장을 인수하는 등 해외 사업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가 선정하는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 가운데에서도 시장점유율 세계 1등을 차지하는 벤처 1000억 기업은 50개사에 이른다. 이는 전체 350개사 가운데 14.3%에 해당한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저성장 시대 진입에 따라 성장세는 다소 완만해졌지만 수출시장 개척 등으로 벤처기업이 창조경제의 주역이 될 성장 동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입증했다”면서 “정부정책 방향도 창업·벤처기업의 기술력 강화 및 글로벌화에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