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벤처기업 대상 엔젤투자가 1000억원을 돌파했다. 1990년대 후반에 벤처 붐이 꺼지면서 이뤄진 2004년 463억원 이후 12년 만이다. 되살아난 벤처 열풍에다 소득 공제 확대, 엔젤매칭 펀드 등의 영향이 컸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엔젤투자 규모가 1399억원(소득공제 신청 기준)으로 전년보다 67.7%가 늘었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조합도 꾸준히 늘고 있다. 조합은 개인보다 투자의 전문성이나 리스크 회피 측면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9개를 기록한 조합 수는 올해 상반기에 이미 100개를 넘겼을 정도다. 엔젤투자자 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 2012년 2610명에 불과하던 엔젤투자자 수는 올해 1분기 사상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스타트업(창업초기벤처)만큼 많은 엔젤투자자가 있다. 이들은 창업가의 미래 가치를 보고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자 수와 금액이 크게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엔젤투자자의 역할은 미미하다.
엔젤투자와 창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전문성이 큰 몫을 한다.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이다 보니 `기술`을 보는 눈이 중요하다. 여기에 경영 노하우 등을 보태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요즘 대기업과 공기업의 은퇴 임원들이 엔젤투자자로 변신,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랜 경험을 살려 벤처 창업을 돕는 `천사`로 나선 것이다. 경제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벤처 창업에 새바람이 기대된다.
질 좋은 창업은 투자 규모와 전문성이 결합될 때 빛을 보기 마련이다. 실리콘밸리가 `스타트업의 천국`이라는 명성을 얻은 것은 수많은 벤처캐피털(VC)과 엔젤투자자 덕분이다. 그렇지만 대기업이나 전·현직 임원 등의 `큰손`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은퇴 임원들이 후배 창업가에게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 조합을 구성하면 얼마나 좋을까. 질 좋은 창업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은퇴 임원들이 꼭 `슈퍼 엔젤`이 아니어도 좋다. `스타트업의 천사`만 돼 줘도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