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이은 적자로 상장폐지 혹은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처한 팹리스 반도체 업체 여러 곳이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올해 연간 기준 흑자로 전환해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상폐 위기에 처한 기업이 약진하고 있으나 팹리스 반도체 시장 업황은 저조하다. 대부분 업체가 전년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 전방산업 불경기와 경쟁 심화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이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앤씨, 에이디칩스, 코아로직, 네오피델리티 등 연이은 적자로 몸살을 앓아왔던 팹리스 반도체 업체 네 곳 모두가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아이앤씨는 3분기 1500만원 흑자를 기록해 적자 늪에서 벗어났다. 한국전력이 추진하고 있는 첨단계량인프라(AMI) 구축 사업에 전력선통신(PLC)칩 공급을 성사시켜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아이앤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적자를 기록할 경우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된다. 아이앤씨는 올 상반기 15억원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PLC칩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4분기 15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기록,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자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를 보유한 에이디칩스는 지난 1분기 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분기(7억원)와 3분기(6억원)에도 이익을 냈다. 연간 흑자가 확실시된다. 에이디칩스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관리종목에 지정됐으나 작년 연말 회사 주인이 바뀌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 재무 구조를 개선했다.
중국 자본에 매각된 코아로직은 블랙박스 신사업 진출로 3분기 8800만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부터 흑자 기조를 유지해오고 있다. 오디오IC 칩이 주력이었던 네오피델리티는 바이오와 의료기기 분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소폭 흑자를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던 팹리스 반도체 업체 여러 곳이 신규 사업 영역을 개척하거나 회사 주인 변경, 강도 높은 구조조정 추진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팹리스 반도체 분야 전반적인 업황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폐 위기에 처한 팹리스를 제외하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성장한 기업은 MCU 전문 설계 업체 어보브반도체와 메모리 전문 제주반도체, DVR칩 전문 아미노로직스 밖에 없었다. 아미노로직스는 2013년 12월 중견 제약업체 삼오제약에 인수된 이후 사실상 바이오 제약 분야로 주력 사업을 교체했다. 실적이 개선된 팹리스는 사실상 어보브반도체와 제주반도체 두 곳 뿐이라는 의미다.
실리콘웍스, 티엘아이, 아나패스, 엘디티 등 디스플레이용 칩 전문 설계 업체는 전방 패널 업계의 업황 부진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는 형국이다.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했다. 티엘아이와 엘디티는 지난 1분기부터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터치칩 전문 이미지스는 매출이 늘었으나 이익은 줄었다. 경쟁 심화에 따른 칩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반도체 전문 업체인 텔레칩스도 3분기 매출은 확대됐지만 이익은 축소됐다. 아이에이는 3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투자자 기대를 받았던 동운아나텍과 픽셀플러스도 최근 실적이 저조하다. 동운아나텍은 3분기 적자 전환했다. 광학식손떨림방지(OIS)용 자동초점(AF) 드라이버IC 상용화가 다소 지체된 것이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픽셀플러스 역시 지난해부터 이어진 CCTV용 CMOS이미지센서(CIS) 가격 경쟁 심화로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 3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팹리스 업계 매출과 이익은 작년 대비 쪼그라드는 모양새로 해외 판로 개척, 발빠른 시장 변화 대응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