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VR는 앓는 듯 걷고 있고, AR는 조는 듯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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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현 테크빌교육 부사장
<박기현 테크빌교육 부사장>

`혁신 경연장`이라 불리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 가전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이 나흘 동안 열렸다. 개최 50주년을 맞는 올해는 4000개에 이르는 전시 부스와 16만명이 넘는 참관객이 참여, 명실상부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 최대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IT 분야 거대 행사답게 페이스북의 타임피드에도 수많은 CES 관련 포스팅이 올라오고, 각종 기사도 나와 있어 현장에 가보지 않아도 많은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행사 전체 내용보다 CES 현장에서 실제로 느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분야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체로는 전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VR 체험을 위한 긴 대기 줄이 이번에도 있었으며, 5G와 VR를 결합한 서비스 모델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또 저가형 카드보드부터 1만5000달러짜리 헬멧형 장비까지 많은 장비 제조업체가 다양한 VR 장비를 선보였다. 중국 업체는 오큘러스와 바이브를 대체할 수 있는 자체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와 컨트롤러를 앞 다퉈 선보였다.

이제 어떤 전시회건 VR 장비를 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아니다. 관련 장비나 기술 우수성을 보여 주기 위해 만들어진 VR 콘텐츠는 사람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투자비 대비 효과(ROI)를 담보할 수 있는 서비스 영역이 무엇인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한다.

반면에 이러한 기술과 장비 발전으로 자동차와 같은 대규모 산업 분야에서는 VR 콘텐츠 제작비가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와 홍보, 교육 등 콘텐츠로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즉 기업·소비자간(B2C) 서비스 모델은 명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기업간거래(B2B) 시장은 이제 시작되는 모양이다.

어수선한 정국속에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전자신문은 새로운 아젠더를 제시 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2017에서는 자율주행차, AI, 드론 등 신제품이 대거 선보였다. 정동수 기자 dschung@etnews.com
<어수선한 정국속에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전자신문은 새로운 아젠더를 제시 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2017에서는 자율주행차, AI, 드론 등 신제품이 대거 선보였다. 정동수 기자 dschung@etnews.com>

이번 전시회에서는 여러 가지 새로운 AR 글라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고가 헬멧 일체형 AR 글라스는 디스플레이가 밝고, 크고, 입체감이 있었다. 몇몇 업체에서는 AR 글라스에 적용하기 위한 얇고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시제품 형태로 선보였다. 밝기, 해상도, 시야 등에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AR가 VR를 뛰어넘는 티핑포인트를 향해 열심히 가고 있으며, 장비업체가 만들어 가는 임계점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시장이 정착되지 않아 초조한 VR, 발톱을 갈고 있는 AR. VR는 앓는 듯 걷고 있고, AR는 조는 듯 앉아 있었다.

전시회에서는 많은 콘퍼런스도 진행됐다. `가상 및 증강: 새로운 현실(Virtual and augmented:Our new reality)`이라는 콘퍼런스 토크에서는 VR가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으로 되는데 프라이버시와 보안 문제는 어떤 정책으로 다룰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됐다. 가상세계에서 `내 또 다른 자아의 행동에 의해 축적되는 데이터에 프라이버시가 있는가`라는 토론은 흥미로웠다. VR·AR가 기술을 넘어 다양한 산업 주제로 확대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CES를 꿰뚫는 몇 개 화두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단연코 `연결`이다. 놀라운 혁신으로 최고점에 근접한 것으로 보이는 기술들이 이제는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마블 캐릭터를 채택한 안마의자부터 자동차를 전시한 유리 업체에 이르기까지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서로 얽히며 연결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VR와 AR는 지금까지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러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앞으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굵직한 기술 영역과 연결되고, 교육 서비스 분야와도 더욱 연결될 것이다. 이러한 연결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양상과 속도로 전개될 것이며, 이것이 내년 CES를 기대하는 이유다.

박기현 테크빌교육 부사장 key@tekvil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