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새출발, 거버넌스 혁신]<8>국가정보화 이대로 좋은가

2008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정보화 비전과 전략과제를 담은 '국가정보화 기본계획'을 확정, 각계 각층 전문가와 국민 대표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정보화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2008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정보화 비전과 전략과제를 담은 '국가정보화 기본계획'을 확정, 각계 각층 전문가와 국민 대표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정보화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이명박정부는 1995년 제정된 '정보화촉진 기본법'을 '국가정보화 기본법'으로 전부 개정했다. 소관부처인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고 정보화 업무를 행정안전부로 이관했다. 행안부가 맡았던 전자정부 업무와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었다. 컨트롤타워로 대통령 소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를 만들었다.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민간 산업과 기술 인프라 구축을 아우르는 국가정보화를 행정관리 부처가 통합 수행하긴 어려웠다. 행안부는 과거 정통부가 가지고 있던 '정보화촉진기금'이라는 당근도 없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2014년 5월 정보통신전략위원회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회의를 갖고 출범했다. 당연직 위원장을 맡은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전자신문 DB>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2014년 5월 정보통신전략위원회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회의를 갖고 출범했다. 당연직 위원장을 맡은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전자신문 DB>

#2 박근혜정부는 정보화 총괄 기능을 신설한 미래창조과학부로 배치했다. 전자정부 업무는 행안부에서 이름을 바꾼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에 남았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미래부에서 정작 정보화는 존재감이 약했다. 전 정부에서 정보화전략실이 관장하던 국가정보화 정책 총괄 업무는 미래부 한 개 과(정보화기획과)에 배속됐다. 이에 앞서 행안부 총괄 체계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국가정보화법은 현 정부에서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

오는 5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 국가정보화 거버넌스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처 조직을 떼고 붙이는 물적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질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전문가는 이명박정부 시절 한 부처가 국가정보화법과 전자정부법을 통합 관리한 구조에서 두 가지를 분리한 현 정부 거버넌스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ICT 산업과 기술에 전문성을 지닌 부처가 국가정보화를 총괄하면서 행정관리 부처가 전자정부로 정부 혁신을 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뜻이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는 “산업, 과학기술을 아우르는 국가정보화법과 행정 혁신을 구현하는 전자정부법을 한 부처에 모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정보화 총괄 기능은 현 미래부 형태가 아닌 ICT 전담 부처를 신설해 맡겨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정보화는 지속발전 가능한 경제와 산업 밑바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보화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앞으로 정보화 개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미래 지도가 다시 그려진다. 중요한 변곡점에서 국가정보화에 역량을 집중할 전담 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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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가도 중요한 과제다. 부처 간 협업으로 정책 시너지를 내고, 수행 속도를 높이는 체계가 필요하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정보화에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된다.

국가정보화법 전신인 정보화촉진법에서 정보화란 '정보를 생산·유통 또는 활용해 사회 각 분야 활동을 가능하게 하거나 효율화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이후 국가정보화법에는 정보화를 지식과 정보가 행정, 경제, 문화,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발전을 이끌어가는 '지식정보사회'로 바라보는 시각이 추가됐다.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다음 키워드로는 '지능정보사회'가 떠올랐다. 총 노동시간의 절반 가까이 자동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사회 분야에서 몰아칠 변화에 미리 대비하는 국가정보화 거버넌스를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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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헌영 고려대 교수는 “국가정보화법은 추진체계, 예산 등에서 구체적 내용이 빠져 추상적인 법이 됐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현 정부가 이를 보완하려고 만든 ICT 특별법도 제정 과정에서 실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구조가 돼 전반적으로 국가정보화가 부진했다”고 평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지능정보화 방향을 정해야 한다”면서 “정보화 분야에서 데이터 중심 경제를 이끄는 부처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칸막이 없는 행정도 중요하다. 정보화 범위는 광범위하다. 총괄부처가 있더라도 1개 부처가 모든 것을 수행하기는 불가능하다. 오 교수는 “정보화와 산업 정책이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면서 “부처를 가로막는 칸막이 없이 정보화가 경제 발전 기반이 되는 임베디드 요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화의 중요한 축인 전자정부는 정부혁신과 기능 통합·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 정부는 '정부3.0' 슬로건 아래 정부혁신을 추진했다. 모호한 개념 탓에 기존 전자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전자정부 목적은 '행정 생산성, 투명성, 민주성을 높여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개방, 공유, 협업, 소통을 내세운 정부3.0과 지향점이 같다.

행정자치부 내 전자정부와 정부3.0 조직을 통합해 정책 집중도를 높이는 방안이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넘어 '디지털행정처' '국가혁신처' 등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정보화를 총괄할 별도 위원회 설치를 놓고는 신중한 시각이 많다. 국가정보화 기본계획은 5년 마다 수립된다. 전 정부에서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총괄했다. 국가정보화전략위는 현 정부 들어와 폐지됐다. 그 대신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특별법)'을 근거로 신설된 '정보통신 전략위원회'가 국가정보화계획 심의, 확정을 담당했다. 정권마다 유행처럼 위원회가 신설되고 바뀌는 탓에 어느 위원회도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오 교수는 “옛 국가정보화전략위는 당근과 채찍이 없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지금의 정보통신전략위는 형식적인 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구체적인 권한을 갖지 못하면 의미 없는 '옥상옥' 기구가 된다”고 우려했다.


 

<국가정보화 거버넌스 변화, 자료:전자신문>


국가정보화 거버넌스 변화, 자료:전자신문

<국가정보화 주요 법령과 정책 연혁, 자료:2016 국가정보화백서(한국정보화진흥원)>


국가정보화 주요 법령과 정책 연혁, 자료:2016 국가정보화백서(한국정보화진흥원)

<현 정부 국가정보화 사업 추진 과정, 자료:전자정부 미래거버넌스 정책 토론회(엄석진 서울대 교수)>


현 정부 국가정보화 사업 추진 과정, 자료:전자정부 미래거버넌스 정책 토론회(엄석진 서울대 교수)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