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밸리 빠진 기술기업 탈출 디딤돌 된 IP 보증

은행권의 높은 대출 문턱에 가로막혀 부도 직전에 놓인 국내 기술 기업이 지식재산(IP) 보증으로 기사회생,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기술 개발에 전념하느라 매출이 부진하거나 유망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도 해외 판로를 개척하지 못한 기업들이다. 금융권의 문을 두드렸지만 매번 고배를 들이켜야 했다.

데스밸리 빠진 기술기업 탈출 디딤돌 된 IP 보증

종로의료기(대표 김지훈)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 배란측정기를 개발해 중국, 일본, 베트남, 네팔에 대량 수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업체는 의료기기 유통업을 하다가 국내 기술로 스마트 배란측정기를 개발했다. 기존의 배란 검사는 병원을 방문하거나 초음파 진단 등을 통해야만 했다. 반면에 배란측정기는 휴대용 장치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연동, 배란일을 예측한다. 스마트폰에 부착 가능한 소형 현미경에 타액을 바른 일회용 검사지를 넣기만 하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원격 상담과 진료도 가능하다.

독자 기술로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해외 판로 개척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때 신용보증기금이 손을 내밀었다. 스마트 배란측정기(제품명 오뷰) 사업성과 미래 잠재성을 높이 평가, 11억7000만원에 이르는 IP 보증을 지원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종로의료기는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난임 부부 지원 사업에 나섰다. 중국, 일본, 베트남 등으로의 의료기기 수출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네덜란드에서 개최된 '필립스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챌린지'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유통에서 바이오 기술 기업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김지훈 종로의료기 대표는 “지식재산 보증 지원이 없었다면 회사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 더블에이치(대표 이경한)는 IP 보증을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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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업은 복부 지방 다이어트용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 '루미다이어트'를 개발했다. 인체에 무해한 빛과 진동을 이용해 피하지방 분해를 촉진, 복부의 지방 세포를 감소시키는 기술이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체지방 측정, 데이터 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사업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년간 기술 개발에 매진하느라 당시 재무제표로는 은행권 사업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신보는 제품 사업화 가능성, 지식재산 가치 평가로 약 8억원의 IP 사업화 보증을 지원했다.

이후 사업 물꼬가 텄다. 지난해 6월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디고고'를 통해 사흘 만에 목표액을 초과한 선주문을 받았다. 지난해 말부터 CJ홈쇼핑에도 제품을 론칭했다. 미국, 유럽, 동남아로의 제품 공급도 눈앞에 뒀다.

에스엔파워콤은 IP 보증자금 지원을 발판으로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의 협력 사업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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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위급 상황에 원터치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응급 구조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기존의 스마트폰 기반 제품은 복잡해서 노인과 어린이 응급 조치에 한계가 있었다. 이 기업이 개발한 디바이스는 동작 한 번으로 구조기관과 연결, 위급 상황에 대처한다. 위성항법장치(GPS) 기능도 장착, 구조기관의 신속한 출동이 가능하다.

2012년 설립 이후 디바이스 개발에 성공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제품 생산이 어려웠다. 2015년 5월 여러 금융기관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매출이 저조, 번번이 거절당했다. 이 시점에 신보가 3년 동안 사업화에 소요되는 자금 13억원을 단계적으로 지원했다. 지난해 4월에는 8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현재 에스엔파워콤은 미국 버라이즌의 유일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인 그레이트콜에 제품 전량을 수출한다. 2015년 13억원, 2016년 9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 180억원이 목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