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분 제한'…가상자산 업계 “혁신 동력 풀뿌리 규제” 반발

사진=금융위원회 전경
사진=금융위원회 전경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의결권 지분율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업계는 IPO·투자 유치 차질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국회에 보고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규율 주요 내용'에 거래소 대주주의 의결권 지분율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사실상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체거래소(ATS)와 유사한 '공공 인프라'로 규정하고, 특정 개인이나 법인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해당 문서에서 “소수 창업자·주주가 거래소 운영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수수료 등 운용 수익이 집중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가 현실화할 경우 주요 거래소 대주주들은 보유 지분 매각이나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국내 주요 5대 원화거래소 업비트(두나무)·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스트리미)의 주요 주주는 대부분 금융위가 검토 중인 기준선을 넘는다.

업계는 이 같은 지분율 제한이 오히려 산업 경쟁력과 혁신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창업자 중심의 빠른 의사결정으로 성장해온 신생 산업을 막고 장기적으로는 혁신 동력마저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은 민간 창업자 주도의 리더십 아래 생태계를 자발적으로 구축해 왔고, 이는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 됐다”며 “이를 규제로 강제하면 국내 창업 생태계 전체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 등이 상장한 나스닥이나 뉴욕증권거래소는 민간 상장 기업으로 은행과 같은 인위적인 지분 소유 한도 규제가 없다.

상장(IPO)과 투자 유치 전략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모두 지배력 확보 가능성과 거버넌스 위험을 고려해 투자 구조를 재설계해야 하는 만큼, 투자의사 결정 지연과 자금 유입 축소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분 상한제가 도입되면 투자자 입장에서 경영 관여 가능성이 낮아지고, 이는 곧 기업 가치평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IPO를 앞둔 거래소나, 인수합병을 앞둔 기업은 구조 조정이 선행돼야 하므로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빗썸은 2023년 삼성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으며, 이르면 3월 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장 상황 악화와 규제 이슈가 맞물리며 내부적으로 상장 일정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는 아직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상장 사례가 없다. 업권법 제정이 지연된 데다 추가 규제까지 더해지면, 초기 투자 유치부터 수익 모델 구축, 해외 진출, IPO 등 성장 경로 전반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는 외부 규제가 아닌 자발적인 시장 진입과 주주 다양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유·경영 분리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나스닥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소유 구조가 자연스럽게 분산됐다. 상장 직전인 2021년 2월 당시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가 클래스 A 기준 10.9%를 보유했지만 5년 만에 3.5% 수준으로 낮아졌다. 뱅가드(10.6%), 블랙록(6.4%) 등 기관 투자자가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별 최대주주와 지분율 (자료=금융정보분석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별 최대주주와 지분율 (자료=금융정보분석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