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 없는 고신뢰성 디스플레이' 나온다...LGD, 중기와 손잡고 CNT 상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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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신소재' 탄소나노튜브 접목...中企와 7년 협업 결실

LG디스플레이 구미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구미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정전기 발생을 원천 차단한 고신뢰성 디스플레이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7년 동안 협업해서 탄생시킨 제품이다. '꿈의 신소재' 탄소나노튜브(CNT)를 활용했다. 첨단 소재는 연구개발(R&D) 기간이 길어서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지만 긴 안목에서 상용화에 성공,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전북 전주에 위치한 재료 분야 중소기업 나노솔루션과 손잡고 정전기를 방지하는 스페셜티용 고신뢰성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했다. 터치 입력이 가능한 디스플레이에 대전방지 용도로 CNT를 접목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이 CNT를 적용한 디스플레이를 경북 구미에서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미 국내외에서 고객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CNT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주목 받는 신소재였다. 강도·탄성·열전도율·전기전도도 등이 높아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다양하게 응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CNT가 관심을 모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초기 기대감만큼 큰 시장은 형성되지 않았다.

CNT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떠오르면서 터치패널용 투명 전극 대체 소재의 하나로 거론돼왔다. 투명 전극 소재는 주로 산화인듐주석(ITO)이 사용되는 가운데 폴더블 등 기판을 구부리거나 접어야 하는 디스플레이에서는 ITO가 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CNT도 가능성만 보였을 뿐 아직 이렇다 할 상용 사례가 없다.

LG디스플레이는 그 대신 CNT의 우수한 대전방지 기능에 주목했다. 대전방지란 쉽게 말해서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터치 디스플레이에서 정전기가 일면 쇼트가 발생, 디스플레이 전체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일반 산업보다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자동차 시장의 경우 결국 차량 결함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문제다.

LG디스플레이와 나노솔루션은 CNT를 디스플레이에 접목했다. 상용화한 CNT는 갑자기 과하게 형성된 전류를 빠르게 흘려보내는 대전방지 역할을 한다. 오랫동안 CNT를 연구한 명재민 연세대 교수와 함께 개발했다.

CNT는 대전방지 기능뿐만 아니라 전도도가 높고 저온과 고온에서 잘 견뎌 디스플레이 내열성 향상 역할도 했다. 섭씨 350도 이상의 고온에서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 항공 등 높은 신뢰성이 필요한 스페셜티 디스플레이에 접목할 CNT 상용화를 위해 나노솔루션을 적극 지원했다. 생산 안정성을 위해 나노솔루션에 지분 투자도 했다. 투자 규모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대체로 첨단 재료 개발은 연구개발(R&D) 기간만 5~10년이 넘는다. 반면에 대기업은 외부 기업과 협력할 때 2~3년 안에 가시 성과를 내야 하는 문화다. 장기 안목으로 재료 R&D에 투자하고 원천 기술을 확보한 세계 수준의 재료 기업은 국내에서 찾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LG디스플레이, 나노솔루션, 연세대가 함께 개발한 디스플레이의 의미는 적지 않다.

명재민 교수는 “CNT에서 그래핀으로 유행이 바뀌고 CNT 연구 관심이 줄었지만 나노솔루션은 꾸준히 CNT 개발에 매달렸고, LG디스플레이도 이 회사의 가능성을 보고 오랫동안 협력했다”면서 “국내 시장에 좋은 성공 사례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명 교수는 “대학이 기술을 연구해 가능성을 제시하면 대기업이 적극 사업화에 나서야 하는데 대다수 대기업이 현실에 반해 1~2년 이내의 성과를 원한다”면서 “대학과 함께 실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부족한 점을 함께 보완해서 기술 장벽을 넘겠다는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