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 밀린' 레고, 1400명 감원 결정…“10년래 최악 매출”

세계 어린이를 사로잡았던 덴마크의 완구업체 레고가 실적 부진 여파로 직원 1400명을 감원한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고가 13년 만에 상반기 매출이 감소했다며 조직 슬림화를 위해 전체 직원의 8%인 14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10년 만에 최악의 매출 부진이다. 덴마크 본사 직원의 감원 규모는 500~600명이 될 예정이다.

덴마크의 완구업체 레고가 실적 부진 여파로 직원 1400명을 감원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덴마크의 완구업체 레고가 실적 부진 여파로 직원 1400명을 감원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년 말까지 CEO로 재임했던 조르겐 빅 크누드스톱 회장은 “도랑에 빠진 차를 꺼내서 다시 속력을 내야 할 때”라며 “현재 조직은 우리가 가진 성장 잠재력을 실현하기 어려운 정도로 복잡하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놀이에 더 많은 시간을 쓰면서 레고는 외면당하고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아이들이 유튜브를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로 놀이 대상을 바꾼 탓이다.

완구업체들이 장난감을 현대화하는 데 주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레고도 기존 블록 장난감에 모터와 센서를 탑재한 '레고 부스트'를 내놓는 등 장난감을 현대화하려 노력했다. 레고 부스트는 '안드로이드'나 'iOS' 등 운용체계를 탑재한 태블릿용 앱과 연동돼 움직임을 조작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완구업체가 겪는 숙명을 레고도 피해갈 수 없었다.

한편 레고는 기술 부분에 정통한 닐스 크리스티얀센을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그는 덴마크의 전기모터 제조사인 댄포스의 CEO 출신으로 댄포스에서 9년간 재직하며 디지털화에 성과를 거둔 인물이다. 크리스티얀센은 오는 10월 1일부터 레고 CEO로 일한다.

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