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경제팀 100일…패러다임 전환은 '성공적'·혁신성장은 '소외감'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문재인 정부 첫 경제팀 100일 공과가 매겨지고 있다.

성장 보다 분배에 초점을 맞춘 경제 패러다임 전환은 속도감 있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기업 성장, 미래사회 대비를 위한 '혁신 성장'은 국정과제로 제시하고도 예산·세법 등 주요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개선 또는 방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9일 취임 뒤 오는 16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경제부처 지휘 및 조율 수장의 취임 100일을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팀이 줄줄이 100일 성적표를 받아든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2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에 각각 취임 100일을 맞는다. 10월에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김 부총리 중심 경제팀은 지난 100일 동안 지난 정부와 차별화 되는 경제 정책을 쏟아냈다.

7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사람 중심 경제'로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8월에는 이를 뒷받침 할 세법개정안, 2018년 예산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세법개정안에서 초(超)대기업·고소득자 증세를 단행했으며, 일자리 사업에 세제 혜택을 대폭 늘렸다. 2018년 예산안은 429조원 규모의 '슈퍼예산'으로 편성하며 복지·일자리 부문을 크게 확대했다.

예산·세제 등 핵심 정책수단이 모두 '사람 중심 경제'로 집중되며 경제 패러다임 전환 작업은 성공적으로 착수했다는 평가다. 김 부총리는 내년 예산안과 관련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쓸 곳에는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정책 중심이 '분배'에 집중돼 산업 관련 정책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분배는 좋지만, 분배를 위한 재원과 복지 지속성을 높일 국가자산이 어디서부터 발생되는지 정책 출발 규정부터 잘못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붙는다.

예산·세제에서도 4차 산업혁명 대응, 기업 지원은 철저히 소외됐다. 내년 예산을 7.1%(28조4000억원)나 늘리면서도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은 오히려 0.7%를 삭감했다. 연구개발(R&D) 예산도 0.9% 늘리는데 그쳤다. 반면 일자리를 포함한 복지 부문 예산은 역대 가장 높은 12.9%(16조7000억원)를 확대했다.

국정과제인 '혁신성장'에 소홀하다는 지적에 김 부총리는 “기업과 시장에 주는 메시지가 부족했다”며 “앞으로 혁신성장에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업계 지적을 의식한 김 부총리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지난 8일 서울의 한 벤처기업을 찾아 “혁신성장에 대해 경제팀이 함께 관심을 표명하고 혁신성장, 기업 활동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현장방문은 당초 계획에 없다가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당초 김 부총리만 참가하기로 했다가 막판에 백 장관, 김 위원장이 급거 합류했다. 문재인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기업에 '강한 혁신성장 의지'를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혁신성장에 다시 눈길을 돌려도 예산·세법 등 주요 정책이 이미 대부분 확정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혁신성장에 대규모 투자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부처 한 공무원은 “지금 분위기로는 혁신성장 부문은 대규모 재정 투입보다는 규제 개혁, 제도 개선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