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재계 저승사자' 12년만에 부활…기업집단국 이달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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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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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감시를 전담하는 '기업집단국'을 가동한다.

국민의정부 시절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던 공정위의 조사국이 12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기업집단국 가동으로 공정위의 재벌 개혁이 본격화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에 초점을 맞춰 압박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12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공정위 기업집단국 신설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

공정위는 “대기업 부당 내부거래 등 불공정 거래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집단국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기업집단국은 기업집단정책과, 지주회사과, 공시점검과, 내부거래감시과, 부당지원감시과 등 5개과로 구성했다.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31개), 5조~10조원 준대기업집단(26개)의 불공정 행위 감시·제재가 모두 기업집단국 업무다.

기업집단국 인력은 50여명에 이른다. 정부세종청사에 공간이 없어 기업집단국 전체가 주변의 다른 건물에 입주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정령은 수일 내 공포를 거쳐 시행된다”면서 “이달 중 기업집단국 업무를 시작하며, 인력 배치 등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집단국 신설은 공정위의 숙원이자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 전부터 강조한 최우선 과제다. 기업집단국 전신은 조사국이다. 조사 1·2국을 통합해 1996년 출범한 조사국은 대기업의 부당 내부 거래를 집중 적발,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다. 2년 반 만에 총 30조원 규모의 지원성 거래를 적발했다.

조사국은 대기업을 지나치게 압박한다는 비판에 직면, 2005년 12월에 해체됐다. 박근혜 정부 때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조사국 부활을 추진했지만 재계 반대에 부닥쳐 실패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국은 하나의 사건에 인력을 집중 투입하는 형태로 운영해 대기업 내부 거래 적발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면서 “기업집단국 신설로 그동안 부족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감시·제재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6월 취임 후 갑을문제 해결에 집중해 온 김상조 위원장은 최근 재벌 개혁으로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에 '스스로 변화'를 주문했고, 시한을 올해 12월로 못 박았다. 시한까지 변화가 없으면 직접 나서겠다는 의미다. 연초에 착수한 45개 기업집단 대상의 일감 몰아 주기 관련 조사도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조직 개편으로 기업집단국과 함께 디지털조사분석과를 신설했다. 종전의 디지털포렌식팀을 확대·개편한 조직이다. 과거 카르텔 부문에 집중된 디지털포렌식 수요가 다른 조사 분야로 빠르게 확대되면서 디지털조사분석과 신설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디지털조사분석과에는 17명이 배치된다”면서 “공정위의 조사 전반에 걸쳐 디지털포렌식 수요가 워낙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