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세계 지배하려던 美 플랫폼, 안방에서부터 차질

망중립성은 이용자의 자유로운 인터넷 접근을 활성화하면서 산업 측면에선 인터넷 기업의 빠른 성장을 뒷받침했다.

미국 인터넷 기업 입장에선 자국 내 급성장뿐 아니라 세계 각지로 빠르게 서비스가 전파되는 가교가 됐다. 미국 주도 국제 인터넷 질서에서 망중립성 원칙이 빠르게 확산됐기 때문이다. 야후,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다양한 인터넷 기업이 망중립성 온기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박재천 인하대 교수는 “미국 인터넷 기업이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 글로벌 사업자로 성장한 기저에는 망중립성이 깔려 있다”면서 “망중립성은 시민사회 지지를 바탕으로 빠르게 확산, 미국 기업이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장벽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에서 동영상으로 변하면서 망중립성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하지만 세계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려던 미국 인터넷 플랫폼 기업 야심은 안방에서부터 도전에 직면했다. 트래픽 증가에 따라 망 투자 부담이 늘어난 인터넷 사업자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이런 갈등은 한국에서도 표면화했다. 페이스북 접속경로(라우팅) 변경 사태가 대표 사례다. 페이스북이 상호접속료가 부담된다며 통신사 라우팅을 일방 변경, 해당 통신사 국제 회선에 과부하가 걸리며 국내 이용자가 큰 피해를 본 것이다.

한국 상호접속제도 변경으로 그동안 무정산이던 것이 상호정산으로 바뀌면서 국내 콘텐츠 사업자는 모두 이를 따르는데 해외 기업이라는 이유로 따르지 않은 게 사건의 본질이다. 그동안 망중립성 원칙을 이유로 정당한 최소한의 망 이용대가조차 내지 않은 미국 콘텐츠 사업자는 안방에서부터 망중립성 원칙이 폐기됨에 따라 무임승차를 할 명분을 상실하게 됐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망중립성이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미국 콘텐츠 사업자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점을 이번 기회에 깨달아야 한다”면서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받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