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인버터 DD모터' 누적 생산 7000만대…조성진 부회장 집념 결실

LG전자 세탁기용 인버터 DD모터
LG전자 세탁기용 인버터 DD모터

LG전자가 세탁기 세계 1등을 일궈낸 원동력인 '인버터 DD모터' 누적 생산 7000만대를 돌파했다. 인버터 DD모터는 세탁기 1위를 향한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인내와 집념의 결과물이다.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세탁기에 적용해 상용화한 '인버터 DD(Direct Drive)모터'가 누적 생산 7000만대를 돌파했다고 26일 밝혔다.

1998년 세탁기용 인버터 DD모터를 첫 생산한 이후 20년 만의 성과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경남 창원에서 생산했다. LG전자는 경남 창원, 중국 남경 등에 있는 모터 생산라인에서 세탁기용 인버터 DD모터를 생산한다.

인버터 DD모터는 LG전자 세탁기 신화를 일군 조성진 부회장의 노력이 담긴 제품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조 부회장이 LG전자에 입사할 당시 선풍기가 가장 인기 있고 유망한 가전 제품이었다. 비슷한 시기 입사 동료들이 선풍기 개발실을 선호했지만, 조 부회장은 세탁기 설계실을 택하면서 세탁기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세탁기 보급률은 0.1%도 안 됐다.

조 부회장은 세탁기가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지만, 입사 후 10여 년 동안은 일본 기술을 들여와야 세탁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일본 기술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조 부회장은 90년대 초 탈일본을 넘어 세상에 없던 세탁기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세탁기는 세탁통과 모터가 벨트로 연결된 구조였지만, 조 부회장은 세탁통과 모터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DD모터'를 적용한 세탁기를 연구했다. 세탁 성능은 물론이고 에너지효율, 소음 등도 기존 방식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십여 년 동안 150번 넘게 일본을 드나들며 밑바닥부터 기술을 배웠고, 회사에 침대와 주방 시설까지 마련해놓고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근성을 보였다. 이런 노력을 통해 DD모터를 개발했고, LG전자는 1998년 인버터 기술을 토대로 세계 최초로 세탁기에 DD모터를 상용화했다. 이는 LG 세탁기 세계 1등 신화의 원동력이 됐다.

인버터 DD모터는 모터와 세탁통을 연결해 소음과 진동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세탁통과 모터를 연결하는 별도 부품이 필요 없어 제품이 구조적으로 단순해지기 때문에 내구성과 에너지 효율이 올라간다. 특히 상황에 따라 모터 작동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세탁코스 구현이 가능하다.

LG전자는 20년간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인버터 DD모터를 4세대까지 진화시켰다. 4세대 모터는 1998년 출시한 1세대와 비교하면 효율은 높아지면서도 모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생산비 절감은 LG전자가 프리미엄 제품뿐 아니라 일반 제품에도 고성능 프리미엄 부품인 인버터 DD모터를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인버터 DD모터는 2005년 처음 연간 생산량 100만대를 넘어섰고, 이후 생산량이 빠르게 늘어나 지난해 생산량은 800만대를 넘었다.

인버터 DD모터 성능과 내구성은 전문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정받았다. LG전자는 유럽 최고 규격인증기관인 독일전기기술자협회(VDE)로부터 인버터 DD모터의 22년 수명을 인증 받았다.

김광호 LG전자 H&A사업본부 부품솔루션사업부장 전무는 “가전제품에 고성능 프리미엄 핵심부품을 탑재해 보다 많은 고객이 LG만의 차별화된 기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