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폰 부품 신규공급사 등록 '별 따기'…부품 중계 부작용도 속출

삼성전자 갤럭시S9.
삼성전자 갤럭시S9.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이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신규 부품공급 협력사 등록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지면서 여러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기존 협력사가 비 협력사에 부품 공급을 중계하는 편법이 생기는가 하면 검증받은 외산 부품만 채택하다 보니 국산이 공급망에서 배제되는 일도 나타났다. 새로운 부품을 과감하게 도입하지 못하면서 삼성 스마트폰 혁신 속도도 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협력사로 등록하려면 무선사업부장(고동진 사장) 결재까지 받아야 한다. 신규 협력사 등록을 추진한 실무진은 먼 미래에라도 문제가 생겼을 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의 단서 조항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선행 기술을 맡고 있는 실무 개발진은 이처럼 보수적으로 바뀐 부품 수급 정책으로 인해 '괜한 문제 만들지 말자'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갤럭시노트7 이후 출시된 갤럭시S8, 갤럭시노트8, 갤럭시S9 시리즈는 내외부로 하드웨어 구성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에도 어려웠던 협력사 등록 절차가 더 까다로워지면서 삼성전자 협력사로 등록된 회사가 비 협력사에 '부품 공급을 중계하겠다'고 제안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부작용을 인지하고 품목별(칩, 장비, 재료 등)로 협력사를 관리하면서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칩을 공급하는 협력사가 또 다른 칩 회사에서 제품을 받아 공급을 제안하면 마땅히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외 재료 업체 A사는 최근 무선사업부 협력사로 지정된 H사를 인수합병(M&A)했다. 삼성과 거래를 트기 위해 M&A라는 우회 통로를 이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발화사건 이후 생긴 또 다른 변화는 이른바 '믿을 만한' 해외 업체 제품 사용 비중이 늘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2016년 말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을 조사하던 중 메인기판 위로 칩을 장착할 때 쓰는 재료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만들어 공급한 전력관리칩이 특정 조건(온도가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에서 단선(쇼트)이 일어났던 것이다. 무선사업부는 경쟁사 애플이 쓰는 재료를 수소문해 테스트한 결과 문제 발생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갤럭시S8 시리즈부터 적용해오고 있다. 이 특수 재료를 쓰기 위해 무선사업부는 별도로 재료 분사 장비까지 구입했다.

올해부터는 프리미엄폰에 공급된 소수 국산 반도체 칩도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신뢰성, 안전성 추구에 부품 수급 방향성이 맞춰져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과 같은 내부 정책이 이어진다면 폴더블폰 같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 단시일 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던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S4는 1년이 지난 오는 8월 공개될 예정이다. 1년의 신제품 공백을 감수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점유율은 0.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시장이 2.4% 감소한 가운데 '선방'했다는 평가도 일부 있지만 애플과 화웨이, 샤오미는 오히려 점유율을 늘렸다는 점에서 시장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