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스마트팜으로 농업 수출시대 열자

[기고]스마트팜으로 농업 수출시대 열자

우리나라는 농림축산식품 대량 수입국이다. 지난해 이 부문 수출액은 68억달러인 반면에 수입액은 4배인 323억달러로 255억달러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국토가 좁고 인구 밀도가 높은 한국은 무역 적자가 불가피한 것일까. 네덜란드는 우리 국토 면적의 37%, 인구는 우리의 33%에 불과하다. 그러나 2017년 네덜란드의 농업 분야 수출액은 1222억달러로 우리의 18배에 달했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농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년 동안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한 농업 생산량 감소가 약 1조원이다. 농촌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 1995년 485만명에서 지금은 절반인 249만명으로 감소했다. 농촌 인구 가운데 노인 비율이 50%를 넘었다. 2040년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30%가 1995년 대비 인구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예측도 있다.

지능형 농장 시스템인 '스마트팜'으로 농업 경쟁력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부 국정 과제에도 포함됐다.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일자리와 연계해 선정한 10대 융합 연구개발 과제에 '스마트농축수산팜'이 들어 있다. 최근 '스마트팜 혁신 밸리'를 2022년까지 네 곳을 조성하겠다는 공모 사업도 발표됐다. 농업 분야 혁신 성장의 한 축으로 스마트팜이 육성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스마트팜 육성에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아온 본인으로서는 감회가 남다르다.

스마트팜은 기존의 영농 기계화와 어떻게 다른가. 경운기, 화학비료, 새마을운동으로 대표되는 1970년대 농업의 목표는 기계화에 의한 다량 생산이었다. 그러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채소와 과일을 사시사철 소비한다. 친환경 관심도도 지대하게 높아졌다. 선호하는 농식품 종류가 다양해짐에 따라 열대와 아열대 품종까지 경작하기에 이르렀다. 일주일 단위로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맞춤형 농업 수요도 늘었다.

현대 농업은 지식 산업이자 정보 산업이다. 영농은 수많은 변수에 의해 조절되는 빅데이터 산업이 됐다. 높은 인건비와 값싼 수입 농산품은 노동력에 의존하지 않는 신농업을 필요로 하게 됐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지능형 소프트웨어에 의해 제어되는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은 초대형 이중 단열 비닐하우스, 원격 제어되는 로봇장치, 이를 중앙에서 감시하고 지시를 내리는 컴퓨터 등으로 이뤄져 있다. 농장보다 공장에 가깝다. 가동되는 동안에는 적막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태양광량 조절이나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산소 조절 등을 인력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방대한 영농 지식의 데이터화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40년 이상 과학 영농을 하면서 경험을 축적한 인력 자원이 있다. 우리나라가 스마트팜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은 앞선 정보통신기술(ICT)만이 아니라 바로 이 같은 과학영농 지식 덕분이다.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 1개 동을 짓는데 수억원이 들지만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재래식 영농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 더군다나 친환경에다 맞춤형 주문생산, 대량생산, 계획생산이 가능하다. 더 이상 좁은 영토가 농업 경쟁력 저하 사유로 될 수 없다. 이스라엘은 비좁고 척박한 땅을 과학영농으로 극복했다. 물, 비료, 농약을 3분의 1까지 줄이면서도 낙농업 효율은 세계 1위다.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스마트팜은 20만㎡ 대규모 실증 단지다. 기존 농업인을 통한 소극 방식 스마트팜 보급 사업에서 탈피해 스마트팜 확산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증 사업을 통해 과학영농으로 축적된 한국형 빅데이터가 널리 공유될 것이다. 나아가 스마트팜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스마트팜 연구원' 설립도 필요하다.

스마트팜은 도농 소득 격차가 없는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이다. 취업보다는 임대형 스마트팜을 분양받아 벤처 영농인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청년 영농인 대상으로 '스마트팜 아카데미'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팜은 평야가 부족한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도 효과가 있다. 남북 경제협력의 한 부분이 되길 바란다. 농산물 수출의 견인차로도 기대가 크다.

이재석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스마트팜연구센터장 jslee@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