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T기업까지 가세, 판커지는 '블록체인'시장...잇단 M&A에 합종연횡

투기의 온상으로 지목받던 암호화폐 기반 블록체인 시장에 IT 공룡기업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까지 암호화폐 발행과 블록체인 콘텐츠, 각종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구체적 액션플랜 마련에 돌입했다.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와 경쟁의 정점에 섰던 경쟁기업 간 합종연횡도 시작됐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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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정보통신·금융권에 따르면 일본 미즈호, 네이버 라인, 마이크로소프트, 중국 후오비 등 대형 IT기업과 거래소, 메가뱅크 등이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들었다.

일본 메가뱅크 중 한곳인 미즈호는 지난해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목표로 현지 윌(WiL)그룹을 비롯한 일부 기업과 블루랩을 설립했다. 외형적으로는 사물인터넷 등 핀테크 기반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외 결제플랫폼 구축,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 사무 자동화 등 SW개발이 주목적이다. 이 중 공급망 관리나 무역금융 업무 효율화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과 다양한 핀테크 기술을 연계해 장벽 없는 무역금융 분야까지 진출한다. 이를 위해 소프트뱅크와 제이닷스코어를 설립했고, 캐시리스 결제 보급을 위해 후쿠시마에 결제 앱 '프링'을 시범 사업화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써클과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 등이 경쟁 업체를 인수하며 외형키우기에 나섰다. 써클은 폴로니엑스, 코인베이스는 언닷컴을 합병하고 블록체인 기반 투자 상품과 서비스 확충에 나섰다.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후오비도 법정화폐 거래가 가능한 비트트레이드(BitTrade)를 인수했다.

후오비 그룹은 한국을 포함해 싱가포르, 미국, 일본, 홍콩, 중국, 호주, 영국, 브라질,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에서 법인을 설립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 중이다. 후오비코리아 대표는 “현지 기업과 거래소 인수 등을 통해 글로벌 사업 확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후오비가 인수한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트레이드는 일본 금융청(FSA)의 허가를 받은 16개의 정부 공인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다. 싱가포르 출신 사업가 에릭 쳉(Eric Cheng)이 2018년 5월 4900만달러(약 551억8800만원)에 인수했고 이번에 후오비 재팬 홀딩이 지분 대부분을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얻었다.

빗썸도 태국과 영국, 싱가포르, 일본 등 4개국 진출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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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타당성 검토가 진행 중인 만큼 세부 인수합병 계획은 없지만, 현지 파트너 강화와 현지기업 인수까지도 검토한다.

제도권 내 글로벌 기업의 블록체인 시장 진입도 눈에 띤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자회사인 라인은 지난 4일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 링크를 선보였다. 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X도 내년 1분기 암호화폐 클레이를 발행한다. 해외에서는 스타벅스가 MS 등과 손잡고 비트코인 거래소 '백트'를 11월 설립하고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라쿠텐도 '라쿠텐코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시장에 조달되는 금액도 몸값이 치솟았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규모는 미국이 45억달러 이상으로 선두를 차지했으며, 중국, 스위스,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2분기 기준 국가별 블록체인 스타트업 현황을 파악한 결과, 미국이 300개 이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큰 격차를 보이며 영국이 60여곳의 스타트업으로 2위를 기록했고, 싱가포르 스위스 캐나다 중국 등이 뒤를 이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특정 분야에 스타트업이 많이 설립된다는 것은 기회 요소가 많다는 것을 뜻하며, 이를 위한 토대 역시 잘 갖춰져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이미 세계는 합종연횡과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