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당신의 지문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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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 뒷면에 부착된 지문, 스마트폰, 점토(클레이) 한 덩이만 있으면 국내 모든 관공서 무인발급기와 지하철 내 민원발급기 3000개 이상이 해킹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페이크 지문 해킹이 이젠 주민등록증 지문을 악용하는 수준까지 진화했습니다.

전자신문 취재팀과 생체 인증 전문 기업 리얼아이덴티티 산하 생체인증연구소는 주민등록증 뒷면에 부착된 지문을 스마트폰으로 촬영, 변조해서 동사무소와 지하철 내 무인발급기를 이용한 결과 대부분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문을 위조하는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타인 주민등록증 뒷면에 실린 지문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형상을 만든 후 PC에서 각종 스캔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면 10여분 만에 지문 복제가 가능했습니다. 이 지문 형상을 클레이에 그대로 찍어 동사무소 무인발급기 등에 인증하면 각종 서류가 쏟아져 나옵니다.

단 두세 번만에 주민등록 등·초본은 물론 인감증명 등 각종 증명서와 돈이 오갈 수 있는 서류까지 발급할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증을 분실할 경우 민원서류는 물론 여러 금융서비스 분야까지 악용이 가능한 셈이죠.

무인 발급기뿐만 아니라 타인이 분실한 주민등록증과 분실폰을 이용해 제2 저자 등록을 해 놓고 악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비밀번호 등 투팩터 인증을 거쳐야 하지만 비밀번호 해킹 도구를 함께 활용하면 금융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은행 ATM은 물론 온라인 쇼핑과 돈을 탈취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부동산 매수·매도 증명서를 탈취해 위조해서 사용할 수 있고, 심지어 신분세탁용 주민증을 발급받을 수도 있습니다. 각종 금융기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문 인증이 오른쪽 엄지입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문이 주민등록증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셈이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분실된 주민등록증은 926만건에 이르지만 습득 신고는 35만여건에 그쳤다고 합니다.

보안업계와 금융권에서도 스마트폰 발달로 분실한 주민등록증에 기재된 타인의 지문을 악용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생체 정보 수집 반발과 막대한 돈이 든다는 이유로 전자신분증 체계 전환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문을 신분증에 복사해서 노출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합니다. 나이지리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 후발국조차 통합 전자신분증을 발행하며 지문 등 생체 정보를 집적회로(IC) 칩에 보관, 노출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이기혁 중앙대 교수(한국FIDO산업포럼회장)는 “주민증 뒷면 지문 정보를 위·변조한다는 건 한국 국민 모두의 정보를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금융권에서 생체 정보 분산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문 정보 자체가 노출됐기 때문에 2차 사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동현기자 d-m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