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블록체인 소액결제 모의테스트 마쳐..."자금이체 접목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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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블록체인을 실제 금융 분야에 도입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결론냈다.

한은은 지난해 금융기관 간 자금이체와 개인 간 자금이체 모의테스트를 한 차례씩 진행했다. 그 결과, 블록체인의 거래 처리속도와 복원성이 개선됐으나 실제 금융기관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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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 소액결제(개인 간 자금이체) 모의테스트' 결과가 먼저 진행했던 '거액결제(금융기관 간 자금이체) 모의테스트'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굳혔다.

한은 금융결제국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동안 모의테스트를 실시했다. 결제와 개인 간 송금 프로세스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보안성과 복원력, 확장성, 효율성 네 가지 기준으로 평가했다.

용역업체로 선정된 블로코가 발행 흐름도 및 거래처리 절차, 참가자 인증 방법, 지갑 관리 방법, 모바일앱(고객) 구현방안, 거래 모니터링 방식 등 구체적인 설계도를 만들었다.

블로코가 한은 내부 인터넷에 구축한 테스트베드에서 한은 금융결제국 직원 대상으로 시범 결제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말 블로코가 한은에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며 모의테스트가 마무리 됐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 거액결제 모의테스트' 때보단 효율성(거래 처리속도)과 복원성이 나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실제 업무에 도입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연구기관 역할을 다하고자 새로운 기술에 학술적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 보고서를 받은 결과, 2017년 말 진행했던 거액결제 모의테스트 때보다 진일보한 결과는 없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2월 금융망에 R3CEV 금융 플랫폼 '코다'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에도 시스템 확장성은 우수하지만 효율성(거래 처리속도)과 복원성이 미흡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번 소액결제 모의테스트 결과는 거액결제 때와는 달리 별도 자료를 배포하지 않는다. 시장에 '블록체인 도입 초읽기'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은행인 한은의 블록체인 실험은 금융권에서 당장 블록체인을 접목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는 이른 시일 내 금융권에 블록체인이 적용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에서 블록체인 인증을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은행 관계자들이 암호화폐 간편결제 사업자를 만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는 “1~2년 안에는 힘들 수도 있다”며 “금융은 신뢰가 한 번 무너지면 끝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