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동영상 전쟁, 토종의 반격

# 네이버는 지난해 말 블로그 동영상 업로드 용량을 대폭 늘렸다. 기존 3분, 300MB로 제한한 업로드 용량은 5분, 1GB로 확대한다. 올해 말까지 10분 길이 영상 업로드를 지원할 계획이다.

# 네이버는 상반기 중 OGQ 마켓을 자사 동영상 플랫폼 '브이 라이브(V LIVE)'와 연동시킨다. OGQ는 네이버와 협업하는 소셜크리에이터플랫폼이다. 900만명 크리에이터가 음원, 스티커, 이미지, 동영상, 폰트 등 저작권 리소스 콘텐츠를 판매한다. 이번 연동은 1인 크리에이터 활동영역을 네이버 동영상으로 확장하는 취지다.

토종 인터넷 회사가 동영상 시장에서 주도권 찾기에 나선다. 유튜브가 과점한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플랫폼에 비해 가장 뒤쳐진 1인 방송, 동영상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가장 선두에 선 업체는 네이버다. 네이버는 1월 기존 구독자 300명(타 플랫폼 기준)이던 네이버TV 채널 개설 조건을 100명으로 대폭 낮췄다. 이 조건마저도 상반기 아예 없앨 계획이다. 창작자 보상 구조도 개편한다. 아프리카TV처럼 원하면 누구나 방송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내부에서 이번 개방을 두고 찬반 의견이 갈렸지만, 플랫폼 개방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TV채널 개설 조건을 없앤 것은 파격”이라고 평가했다. 뉴스 등 민감한 서비스를 하는 네이버로서는 자사 플랫폼 개방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선영 네이버 V CIC 대표는 “올해부터는 누구나 동영상 창작자가 될 수 있도록 플랫폼이 확장되는 만큼, 창작자 성장에 집중하는 보상구조를 도입하고, 건강한 동영상 창작자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미 카카오TV 서비스에서 채널 개설을 개방한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에서 라이브톡이라는 폐쇄형 방송 서비스를 테스트 중이다.

채널에 접속하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톡 방에 참여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폐쇄형 서비스다. 최대 10명까지 방송이 가능하다. 일종의 영상 채팅인 셈이다.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플랫폼으로 한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슈분석] 동영상 전쟁, 토종의 반격

토종 업체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올해가 투자 결과를 볼 수 있는 원년이다. 유튜브, 트위치 등 동영상 플랫폼과 넷플릭스 같은 오버더탑(OTT) 업체들이 자체 제작 콘텐츠를 늘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네이버, 카카오는 지난달 통신 3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만들어 2019년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경쟁관계이기도 한 인터넷업체와 통신사가 힘을 합치며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업계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들 컨소시엄은 5년간 총 1100억원(연평균 22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 중계권 금액이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스포츠인 야구 중계권을 따냄으로서 새로운 사업이 가능하다.

올 초 김성수 전 CJENM 대표를 신임 CEO로 영입한 카카오M은 드라마, 예능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집중한다. 카카오M은 2018년 다수 연예제작·기획사를 인수해 콘텐츠 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특히 모바일 유통에 용이한 웰메이드 숏폼(Short-form) 콘텐츠 제작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토종 업체 동영상 사업 강화는 글로벌 진출에도 의외의 효과를 불러온다. '방탄소년단'이 좋은 예다. 2월 방탄소년단 그래미어워드 출연을 중계한 네이버 V앱은 방송을 전후해 전체 트래픽이 25% 이상 상승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미국, 한국, 일본, 멕시코, 브라질 순으로 접속량이 많았다.

카카오는 지난해 일본에서 오픈한 픽코마TV를 글로벌 진출에 활용한다. 카카오M이 제작한 콘텐츠 등을 세계 시장에 선보이는 관문이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동영상 관련 애플리케이션 사용 시간 점유율은 유튜브가 86%로 1위를 차지했다. 아프리카TV가 3%로 2위, 네이버는 1%로 7위였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 한국 사용자가 2016년 9월 월 8만명 수준에서 2017년 9월에는 32만명, 2018년 9월에는 90만명으로 증가했다. 월 100만명 이상 사용자를 기록하는 올레TV나 푹을 빠르게 뒤 쫓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용 문제 때문에) 카카오나 네이버는 절대 구글과 같은 고화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서 “동영상 미디어 시장에서 이미 사용자 선택이 갈려 한국 업체는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역차별을 지적했지만 콘텐츠 역량보다는 비용 문제를 전제로 깔았다.

포털 업계 관계자는 “이기고 지는 개념을 벗어난다면, 국내 업체들도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동영상 서비스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표> 네이버, 카카오 동영상 서비스 현황

<표> 2018년 11월 기준 국내 주요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사용시간 점유율(안드로이드) 현황, 출처 와이즈앱

[이슈분석] 동영상 전쟁, 토종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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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