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CCTV 기업 재도약 기대...미국 등에서 메이드인코리아 선호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CCTV 제품 퇴출을 앞둔 가운데 가격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국내기업으로 대체 상품을 찾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사진6】주말 경기도 성남시 한화테크윈에서 연구원이 카메라 성능 및 품질검사를 하고 있다. 성남=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CCTV 제품 퇴출을 앞둔 가운데 가격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국내기업으로 대체 상품을 찾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사진6】주말 경기도 성남시 한화테크윈에서 연구원이 카메라 성능 및 품질검사를 하고 있다. 성남=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한국 폐쇄회로(CC)TV 산업이 재도약한다. 그동안 중국 기업의 저가 물량 공세에 타격을 받던 국내 기업에 최근 해외 주문량이 늘었다. 미국 등 선진국이 안보 문제로 사실상 중국산 CCTV를 퇴출하면서 '메이드인 코리아'가 각광받고 있다.

한화테크윈, 아이디스, 씨프로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단순 녹화 중심의 CCTV를 넘어 강력한 보안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지능형 CCTV를 개발, 제2의 도약을 노린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새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공공기관이나 주요 시설에 중국 기업(하이크비전, 다화 등)이 제조한 CCTV 기기 구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실제 중국산 CCTV에서 정보를 유출하는 백도어가 발견됐다. CCTV에 숨겨진 백도어는 통신장비처럼 심각한 보안 위협을 초래한다. 단순한 영상 유출을 넘어 산업과 국가 기밀 유출 통로로 악용된다.

국내 CCTV 업계는 지난해부터 CCTV 보안과 성능 등 품질 강화에 주력했다. 업계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CCTV 보안 성능 품질 인증을 받았다. TTA는 보안성·성능·호환성을 종합 평가, 인증서를 발급한다.

CCTV 보안성과 품질 강화가 기회를 만들었다. 한화테크윈 미국법인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9% 늘었다.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미국 법인은 1000만달러 이상 대형 장기 프로젝트를 수주해 제품 경쟁력 향상, 파트너 프로그램 정착으로 성장 기틀을 닦았다. 안순홍 한화테크윈 영업마케팅 실장은 “가격은 물론 기술 경쟁력을 높인 AI 지능형영상분석 솔루션을 선보인다”면서 “자체 개발하는 AI 시스템온칩(SOC) 기반 AI 카메라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스도 지난해 8월 이후 빠른 시장 변화를 체감했다. 미국 유통·시스템통합(SI) 업체로부터 제조업자개발방식(ODM) 계약 문의가 증가했다. 실제 진행한 계약도 규모가 늘었다. 매년 매출 10% 이상 연구개발(R&D)에 투입해 기술력을 쌓은 것이 주효했다. 특히 차량용 네트워크영상저장장치(NVR)는 미국 국방성 내구성 테스트 인증 획득 등 10여년 동안의 수출로 신뢰를 쌓았다.

아이디스 관계자는 “미국 정부 기관이 올해 8월 법 시행을 앞두고 다른 나라 제품으로 선회했다”면서 “R&D 투자로 지능형 제품을 강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씨프로는 미국 시장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하니웰, 칼텍 등 매출이 지난해 전년 대비 약 30% 성장했다. 업계는 중국산 CCTV 사용 금지가 미국을 넘어 주변국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화웨이 장비 도입을 꺼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도 물밑에서 중국산 CCTV 배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CCTV 업계 관계자는 “일본 거래처를 통해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산 CCTV 퇴출 움직임이 포착됐다”면서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CCTV 제품군은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10.9%, 19.9% 판매 증가를 보였다. 2007년 통계 작성 이래 19.9% 성장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 연구원은 “올해 1월 전체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CCTV 제품군의 대미 수출은 증가했다”면서 “대미 수출 평균을 감안할 때 10%이상 수출 증가는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