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SK인천석유화학, 업계 첫 '협력사 작업중지권'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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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인천석유화학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SK인천석유화학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올해 1월 SK인천석유화학 전기열선 작업에 투입된 협력사 세이콘 직원 박종만 씨는 작업 현장 안전 발판이 미흡해 추락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즉시 안전관리자에게 '작업중지'를 요청했다. SK인천석유화학 관리자는 즉각 작업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어 전기팀에서 안전조치가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고 공사현장 전반을 점검한 후 공사를 재개했다.

SK인천석유화학이 업계 최초로 도입한 '협력사 작업중지권'이 실제 실행된 사례다. 회사는 지난해 7월 18개 협력사 구성원이 참여한 안전결의대회를 열고 '작업중지 권한 이행 서약식'을 시작으로 작업중지권 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작업중지권은 작업 환경에 위험요소가 있거나 안전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근로자 판단 아래 즉각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 권한을 협력사 구성원에게 부여한 것은 SK인천석유화학이 업계 최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협력사 구성원이 작업중지권을 발동한 횟수는 20여건에 이른다. 사상 유례 없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 여름과 지난 겨울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날씨 등 기후 조건에 따른 작업중지가 10여건이고 나머지 절반은 안전조치 미흡 등으로 발동됐다.

제도 도입 당시 협력사가 작업 중지로 인한 불이익을 염려해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SK인천석유화학은 입찰안내서와 공사계약서 등에 '작업중지 권한'을 반영하며 의지를 보였다. 작업 중지로 인해 발생한 비용이나 공사기간 연장 등 손실은 협력사에 책임을 묻지 않고 SK인천석유화학이 책임진다.

SK인천석유화학이 협력사 정비동 앞에 설치한 협력사 무재해 기록판. (사진=SK이노베이션)
<SK인천석유화학이 협력사 정비동 앞에 설치한 협력사 무재해 기록판. (사진=SK이노베이션)>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작업중지권 발동으로 인한 작업손실로 회사가 입은 금전적 손실은 제도가 가진 사회적 가치와 비교할 수 없다”며 “회사와 협력사가 합심해 사고 위험성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안전환경 경영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사 작업중지권은 SK인천석유화학이 최우선 과제로 하는 'S.H.E 경영' 대표 사례다. 사고와 오염물질 최소화라는 소극적인 사회적 책임에서 나아가 국내 최고 수준 안전·보건·환경(Safety, Health, Environment) 경영 관리 시스템 적용을 지향한다.

작업중지권 외에도 지난해 협력사 안전 인시(人時)를 관리·기록하는 '협력사 무재해 기록판'을 협력사 정비동 앞에 설치했다. 일정 기간 무재해를 달성한 협력사 구성원을 포상하는 제도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2017년에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임금 일부를 협력사와 나누는 '임금공유' 모델을 도입했다.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은 “지난 50년간 수많은 부침에도 불구하고 경인지역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곁에서 함께 해준 협력사 덕분”이라며 “앞으로 동반성장 파트너인 협력사 구성원이 함께 행복해지고 안전한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1969년 대한민국 세 번째 정유회사로 탄생한 SK인천석유화학(당시 경인에너지)은 잦은 경영권 변화와 부도, 법정관리 등 시련을 겪었다. 2006년 SK이노베이션에 인수된 후 안전·환경 관리 시설 강화, 에너지 효율 증대, 운휴공정 정비 등 공장 정상화 작업을 진행했다. 2014년에는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초경질원유 기반 파라자일렌(PX:페트병, 합성섬유 등의 원료가 되는 고부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고도화 설비를 갖추고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며 그룹 내 주요 관계사로 자리잡았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