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 로봇 자동화 국가로 자리 잡으면서 '다음 로봇'을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휴머노이드 열풍을 출발점으로 보되 특정 형태에 매몰되기보다 다양한 로봇 활용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국제로봇연맹(IFR) '월드 로보틱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세계 최초로 제조업 로봇 밀도 1만명당 1000대를 돌파했다. 2023년 기준 제조업 로봇 밀도는 1만명당 1012대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자동화 수준과 로봇 보급률 지표 모두 글로벌 최상위권이다.
정부는 로봇을 산업 전반의 생산성 혁신 수단으로 보고 정책 드라이브를 강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2024~2028)'을 통해 2030년까지 공공·민간 부문에 22억4000만달러 이상 투자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 농업, 물류, 의료, 국방, 사회 안전 등 전 산업으로 로봇 확산을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장 관심은 휴머노이드에 쏠리고 있다. 스페리컬인사이트앤드컨설팅에 따르면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5~2035년 연평균 16.02% 성장해 2035년 1억9595만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고도화와 센서·컴퓨팅 발전, 노동력 부족, 정부 투자 확대 등이 주요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와 삼성전자 로봇 사업 확대 등 대기업의 본격 진입도 시장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휴머노이드는 높은 개발·생산·유지 비용과 인프라 제약 등 현실적 변수도 존재한다. 전력·통신 인프라, 규제 환경 등이 도입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 열풍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로봇은 맥락에 맞춰 설계돼야 하며 실제 현장에서는 작업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제2회 서울대 로보틱스데이'에 참석한 헨릭 크리스텐슨 UC샌디에이고 교수는 “휴머노이드는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모든 문제의 해답은 아니다”라며 “앞으로의 로봇 혁신은 하나의 폼팩터 경쟁이 아니라 '어디에 쓰이느냐'에 달렸으며, 물류·돌봄·제조처럼 각 영역의 맥락에 맞춘 다양한 로봇 설계가 동시에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규진 서울대 교수(로보틱스연구소장)도 “휴머노이드는 시작일 뿐이며 목적과 맥락에 따라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며 “AI로 로봇을 만들기 쉬워졌지만 좋은 뇌만큼 중요한 것은 좋은 설계이고 브레인과 바디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