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요금제 도입, 2~3년 더 지켜봐야"…시기상조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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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요금제 도입, 2~3년 더 지켜봐야"…시기상조론 '고개'

녹색요금제(그린 프라이싱)가 국내 시장에는 아직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요금제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전력거래 제도, 수요 및 공급 체계, 가격 등을 충분히 검토·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최근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녹색요금제(그린 프라이싱) 제도, 국내 도입 여건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 녹색요금제 도입 여건을 제도, 재생에너지 수급 및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살펴본 결과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녹색요금제는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기존 전기요금에 추가 요금(그린 프리미엄)을 부담하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구매하는 게 핵심이다.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산업 육성을 돕는다는 취지로, 태양광·풍력 수용성 확보와 정부 재정부담 경감효과가 기대요인이다.

나주혁신도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나주혁신도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하반기 녹색요금제 신설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국회에도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한전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별도로 판매·거래하도록 요금 약관을 제정하고, 기업을 포함한 소비자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안 내용이다.

연구원은 전기요금제도 개편만으로 녹색요금제 도입은 가능하지만 전력소매시장이 개방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녹색요금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전력소매기업 또는 재생에너지 공급사를 선택하는 등 경쟁체제가 도입돼야 하는데 현행 시장 구조에서는 한전만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판매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소비자가 전력소매기업·재생에너지 공급사를 선택할 수 있고, 재생에너지 공급사가 소비자와 직거래한 것이 녹색요금제 안착에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D.C.를 비롯한 14개 주에서는 소비자가 전력소매기업을 직접 선택하고 전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투자에 대한 연방세 30%를 공제하고, 전력생산 법인세 공제하는 등 세제지원 혜택이 투자 확대를 견인했다는 평가다.

“녹색요금제 도입, 2~3년 더 지켜봐야"…시기상조론 '고개'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수급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손꼽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대규모 입지 조성 및 주민 수용성 확보 어려움 △발전비용 문제 △전력계통 불안전성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경쟁력 부족 등으로 인해 목표 달성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연구원은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전기요금이 낮은 반면에 재생에너지 발전원가는 비싸 녹색요금제 도입 시 추가 요금(그린 프리미엄) 부담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가정용 전기요금이 109.1달러/㎿h로 OECD 국가 중 멕시코·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 낮고, 산업용은 98.5달러/㎿h로 OECD 평균 102.7달러/㎿h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근거다.

연구원 관계자는 “그리드 패러티(재생에너지와 화력발전 원가가 같아지는 지점)에 도달한 선진국보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2~3년 정도 태양광·풍력발전 원가 하락 추세를 지켜본 후 제도화를 모색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녹색요금제 도입 경과]

자료=포스코경영연구원

“녹색요금제 도입, 2~3년 더 지켜봐야"…시기상조론 '고개'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