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게임현장을 가다]<2>중국 광저우, 아케이드 게임 성지로

중국 광저우 바이윈공항에서 차로 1시간 20분을 달려 남쪽으로 내려오면 중국 아케이드게임 산업 성지인 판위구 동만게임산업단지가 나온다. 이곳에는 A급 어뮤즈먼트 업체 180여곳이 둥지를 틀었다. 제품 개발과 생산, 전시가 함께 이뤄져 바이어 구매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광저우 게임산업단지를 다 합치면 2만여개 기업이 활발하게 영업하고 있다.

동만단지는 2008년 설립됐다. 1990년대 판위구에는 앰프 사업이 유행했다. PC 전성기 시절에는 일본에서 PC를 밀수하기도 했다. 게임이 흥행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 어뮤즈먼트 기업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2017년 동만산업단지에서 수출한 물량은 한화로 1조원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게임에 부정적이었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전면 개방으로 전환했다. 게임산업이 세계적 트렌드라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처음 이곳에 자리를 잡은 기업들은 정부가 갑자기 문을 닫으라고 할지도 모르는 불안감이 있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산업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동만산업단지는 10년 만에 천지개벽했다.

[해외 게임현장을 가다]<2>중국 광저우, 아케이드 게임 성지로

중국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가상현실(VR) 산업에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광동성 정부는 VR 지원사업 펀드를 운영한다. 7개 항목에 지원금이 있다. 지방정부 요구사항에 부합하면 최대 1000만위안(약 17억원)을 3년 주기로 지급한다. 토지 공급에서도 혜택이 있다. 기업이 일정 수준으로 성장해 확장할 때 사무실 관련 지원금을 준다. 임대료는 구마다 다르지만 1년에 50만위안(약 8500만원)을 지원한다. 자금조달을 위해 융자를 받을 때도 신용도를 높여준다. 일반 이자보다 낮고 담보 없이도 대출이 가능하다. 인재 부흥정책도 있다. 외국 인재를 영입할 때 경비를 보조하거나 경연대회에서 수상하면 장려금이 있다. 광저우시나 판위구, 톈허구도 마찬가지다. 기업하기 좋은 조건이다.

중국 아케이드 게임업체 화리 생산공장에 조립 대기 중인 게임기들이 끝없이 줄지어 있다.
중국 아케이드 게임업체 화리 생산공장에 조립 대기 중인 게임기들이 끝없이 줄지어 있다.

중국 아케이드 선두업체 화리 생산공장도 근처에 자리잡았다. 주문 물량을 소화하느라 늘어선 게임기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광저우 게임산업협회(GAGA)에 따르면 중국 아케이드 산업 매출 규모는 2018년 1200억위안(약 20조원)에 달한다.

GAGA 관계자는 “한국기업이 중국에 와서 창업해도 똑같은 혜택을 준다”면서 “국가가 인정한 필요산업인 경우 국가 지원정책은 공개적으로 운영되고 기업 규모에 따라 지원 규모는 다르다”고 말했다.

광저우가 중국 아케이드게임 성지임을 증명하듯 광저우에서는 해마다 '아시아 어뮤즈먼트 & 어트랙션(AAA) 엑스포'가 열린다. 아케이드게임 기업간거래(B2B) 전시회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AAA에서는 중국 업체들에게는 무료로 판을 깔아준다. 지난달 9일부터 11일까지 광저우 중국수출입페어컴플렉스 A전시관에서 개최된 전시회는 올해로 15회를 맞았다.

볼링 축소판 게임을 전시한 업체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있다.
볼링 축소판 게임을 전시한 업체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있다.

VR와 체감형게임이 관람객에게 인기를 끌었다. 첨단기술과 건강, 교육을 접목한다. 다양한 어뮤즈먼트와 볼링, 스키, 자전거 등 스포츠 게임은 부스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볼링장 축소판 게임을 전시한 안휘창 쉬스다 영업대표는 “소형화로 고장을 줄이고 설치가 간편해 국내외 업체에서 관심이 많다”면서 “청소년뿐 아니라 노인도 신체에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블링을 이용한 체험형 게임장.
트럼블링을 이용한 체험형 게임장.

트럼블링을 이용한 게임도 눈길을 끌었다. 일반 트럼블링과 비슷하지만 모니터에 있는 게임을 따라하면서 점프를 했다. 화면에는 이용자가 점프를 하면서 층으로 올라가는 형식이다. 손으로 열매 등을 가상으로 터치하면 점수가 올라갔다.

동야오야오 리본그룹 영업본부장은 “장수, 수저우, 구이저우, 허베이 등 4곳 테마파크에 공급했다”면서 “네덜란드 업체와도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속도에 따라 소형 경기장에서 모형들끼리 경주를 하는 게임도 있었다. 이용자들은 나란히 자전거에 앉아 자신의 모형이 빨리 가도록 페달 밟기에 몰두했다. 화면에 실제 물총을 쏘면서 타깃을 맞추는 게임도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흔히 있는 인형뽑기 게임은 여러 업체에서 출시했다. 한 업체가 출품한 뽑기게임은 색달랐다. 인형을 뽑는 게 아니라 바닷가재를 뽑았다. 인형뽑기 기계처럼 생긴 수족관에 로봇팔을 이용해 뽑는 방식이다. 업체 관계자는 중국 해산물 전문 음식점에서 주문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관람객이 바닷가재 뽑기를 하고 있다.
관람객이 바닷가재 뽑기를 하고 있다.

중국 아케이드 게임산업도 부침을 겪었다. 1980년대 말 중국에 게임이 도입되고 1999년까지는 개방된 상태로 관리했다. 2000년에 접어들면서 사행성 문제가 야기되면서 오락실 신규 인허가 금지 등 강력한 정책을 내놨다. 외국산 제품 수입 금지뿐만 아니라 중국 장비제조사들이 기존 고객에 판매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 기간에 10만개 업소가 3만개로 줄어들었다.

2016년부터 아케이드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 태도가 바뀌었다. 인허가와 세금에 혜택을 부여했다. 오락실에서 징수하는 세율이 20%에서 6%로 대폭 줄였다. 기타 서비스산업 세율인 5% 미만과 형평성을 맞췄다.

이런 신규정책에 힘입어 아케이드 게임산업 분야에 큰 바람이 불었다. 상장 기업이 전무하던 아케이드 관련 업체에서 서너곳 상장업체가 나왔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곳도 여럿이다. 전시회 규모도 4만㎡에 불과하던 것이 10만㎡를 넘나들었다.

사행성 문제가 줄어들면서 골목에 숨어있던 오락실이 대형 쇼핑몰로 진입했다. 당시 붐을 이뤘던 상업부동산과 밀접하다. 오락실이 골목에 숨어 있어 관리가 소홀했는데, 대형 쇼핑몰로 들어오면서 관리가 용이해졌다. 관리가 잘되는 대형 게임센터는 인허가를 간소화하고 개업 후 빈번하던 불시 점검을 거의 하지 않는다. 정책을 잘 따르는 곳에는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아버지와 아들이 화면에 물총을 쏘는 게임을 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화면에 물총을 쏘는 게임을 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에 부응해 중국문화오락산업협회도 힘을 보탰다. 협회 차원에서 표준을 정했다. 생산뿐 아니라 경영장소에 대해서도 산업표준을 제정하고 등급을 나눴다. 호텔 등급처럼 높음 등급을 받은 센터는 점검 빈도를 낮추고 낮은 등급을 받으면 빈도를 높인다. 산업표준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중국 정부가 관리에 애로사항이 컸다. 자체 등급제로 정부도 환영한다. 현재 중국에서 사행성 게임으로 적발되면 생산, 판매, 경영 금지 조치를 내린다.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발전하면서 시장 규모와 세금 징수액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관련 종사자 수도 증가했다.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중국문화오락산업협회에 따르면 아케이드 관련 종사자는 200만~300만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80~90%가 시골 출신이고 그 중 80~90%가 중졸 내지 고졸이다. 80~90%가 역시 20~28세 젊은층이다.

산업협회 관계자는 “만약 저학력 젊은이가 아케이드 산업에 종사하지 않았다면 음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사회 안전망을 세우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가 할 일은 대중에게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중국 아케이드 게임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이미지 쇄신에 중점적으로 노력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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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중국)=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