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넥슨 무산, 게임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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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를 뒤집어 놓은 넥슨 매각 딜이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김정주 NXC 대표는 공개 매각에 참여한 후보자에게 공식적으로 매각 철회 의사를 담은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메일에는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매각 철회 배경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김 대표가 올해 1월 자신과 특수관계인 등이 보유한 NXC 지분의 98.64%를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힌 지 7개월 만이다. 지난달 20일 전자신문이 매각 백지화를 보도한 이후 3주 만에 정식으로 인정했다.

증권가에서는 15조원에 이르는 높은 매각 가격을 무산 배경으로 꼽았다. 본 입찰에는 사모펀드인 콜버스크래비스로버트(KKR),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를 포함해 넷마블과 카카오 등 쟁쟁한 후보들이 도전장을 던질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김 대표는 넥슨을 세계적 기업으로 끌어올릴 수 있고, 경영 철학이 맞는 대상을 물색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본 입찰을 수차례 연기하면서 최적의 인수 후보를 찾았지만 무위로 끝났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사실 아쉬울 것 없는 딜이었다. 넥슨이 지닌 가치를 객관적으로 확인했으며, 대내외에 본인 의지를 충분히 보여 줬다. 게임업계에도 나쁘지 않다. 게임 산업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질병화 등 이런저런 역풍에 시달리고 있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본 입찰은 무위로 끝났지만 여러 후보가 경합을 벌일 정도로 상품성도 인정받았다.

남은 과제는 가치를 더욱 높이고 이미지를 바꾸는 일이다. 넥슨 딜로 산업으로서의 게임이 차지하는 위상은 충분히 보여 줬다. 그러나 여전히 위상에 걸맞은 역할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가치를 높이는 작업은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게임이 지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 주는 일도 포함한다. 돈 잘 버는 기업에서 훌륭한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해 신발 끈을 더욱 죄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