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네 경제 발전소 '탐라해상풍력'…상용발전 2년 만에 확장 추진

제주 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제주 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지역주민 총회를 거쳐 제주 탐라해상풍력 확장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습니다.”

남동발전 등이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탐라해상풍력발전의 우광호 대표는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제주도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일원 2만5000평 공유수면에 건설된 탐라해상풍력은 우리나라 최초 해상풍력발전단지다. 설비용량은 30㎿(3MW·10기)로 총사업비 1650억원이 투입됐다. 2006년 8월 발전사업허가가 승인된 이후 9년 동안 주민반발에 부딪혀 첫 삽을 뜨지 못했던 '불운의 발전소'였다. 2015년 4월 착공에 들어가 2017년 9월부터 발전(發電)을 시작, 1년간 발전량 8만6049㎿h·가동률 99%·이용률 32.7% 등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상업운전 2년이 채 안 돼 '확장 사업'이 추진된 배경이 궁금했다. 탐라해상풍력발전 관계자들 말을 종합해보면 9년 동안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된 가장 큰 원인은 '최초에 대한 부담'이었다. 상업용 해상풍력단지가 국내에 들어선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주민들은 △소음 문제 △해양생태계 파괴 △조망권 피해 등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는 설명이다. 주민 동의하에 발전소 확장 사업이 조기 추진된 건 이 같은 문제가 대부분 해소됐다는 방증이었다.

육지에서 전용보트를 타고 탐라 해상풍력발전단지로 접근하는 모습.
육지에서 전용보트를 타고 탐라 해상풍력발전단지로 접근하는 모습.

육지에서 전용보트를 타고 해상풍력발전 2호기·3호기에 차례로 접근해 봤다. 보트 시동을 끄고 숨죽인 채 발전기 블레이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5초, 10초가 지나도 '윙윙'거리는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풍력발전기 소음이 육지는 물론 해상에서도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수준이란 걸 확인했다. 바닷바람과 파도소리가 풍력발전기 소음을 잡아주는 '백색소음' 효과가 컸다. 한 마을 주민은 “가장 우려했던 건 소음 문제였는데 막상 발전소를 설치하니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며 “우리 마을에 국내 최초로 해상풍력이 구축됐다는 자부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탐라해상풍력 측은 지난 5월에는 해상생태계 모니터링을 실시, 생태계에 부정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감태·굴낙지·소라·전복 등이 바다 밑 자켓구조물 주변에 몰리면서 어획량이 되레 늘었다는 것이다. 또 해상풍력발전기는 자연경관에 도움을 주면서 음식점·카페 손님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 조망권 피해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켰다. 현장에서는 각 호기마다 2대씩 설치된 열화상카메라가 혹시 모를 화재사고에 대비해 '보안관'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제주 탐라해상풍력 발전기 바로 아래에서도 우려했던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제주 탐라해상풍력 발전기 바로 아래에서도 우려했던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탐라 해상풍력발전이 창출하는 한해 발전수익은 수백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일부는 약 200세대 지역주민·제주도와 공유되고 있다. 이 외에 두모리조트·금동체험마을 등 해상풍력과 연계된 사업은 지역주민 새 소득원이 됐고 발전소 건설·운영 과정에서만 4만3000여명 고용도 창출했다.
탐라 해상풍력발전소 설계·제작·설치 등 모든 공정에 국산 기술을 100% 적용한 것은 '해상풍력 해외 수출' 초석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남달랐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지역주민과 '상생' 가교 역할을 했다는 인상도 강했다. 발전소 운영기간은 20년 정도다. 20년 이후에도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빛 제주 바다처럼, 사업자와 지역주민간 '상생 가치'가 이어질 수 있는 협력방안이 마련될 거란 기대감도 들었다.

제주 탐라해상풍력 발전기.
제주 탐라해상풍력 발전기.

제주=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