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W 유통 1위 업체도 어도비 갑질에 공정위에 SOS

어도비시스템즈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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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소프트웨어(SW) 유통사 다우데이타가 제품 밀어내기 등을 이유로 어도비코리아를 대상으로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26일 다우데이타 관계자는 “어도비코리아 요청으로 SW 제품을 수십억원어치 구매했지만 지난해 총판 자격이 박탈되면서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면서 “밀어내기식으로 구매한 제품에 정당한 대가를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인 상황이어서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공정거래분쟁조정협의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다우데이타는 1998년 처음 어도비와 총판 계약을 체결한 후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어도비 제품을 국내에 공급했다.

이번 문제의 발단은 2013년에 시작됐다. 당시 다우데이타가 어도비코리아로부터 30억원 상당의 '폰트폴리오' 제품을 구매했다. 폰트폴리오는 2400여종의 유명 인기 폰트를 모아 놓은 SW다. 이를 설치하면 제품에 포함된 모든 폰트를 저작권 침해 없이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다.

폰트폴리오는 1990년대에 출시됐지만 국내 판매는 전무했다. 당시 어도비코리아는 국내에서 폰트폴리오를 대표 제품인 '포토샵'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다우데이타 측에 수십억원대 물량을 매입하도록 요구했다. 폰트폴리오 판매에 필요한 영업 방식인 불법 사용 폰트 조사·적발, 제품 사용 권유, 법적 제재 등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우데이타는 물량 매입과 전담 인력까지 투입했지만 어도비코리아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폰트폴리오 제품 특성상 불법 사용 폰트 조사·적발, 제품 사용 권유 등 영업이 중요한데 어도비코리아가 이 같은 영업을 금하면서 판매가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다우데이타는 매입 제품이 재고로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품 판매 전담 인력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어도비코리아가 총판 계약을 종료하면서 판매 권한을 박탈당했다.

다우데이타 관계자는 “총판 계약까지 종료돼 제품 판매할 권한조차 있지 않아서 재고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면서 “통상 총판 계약 종료 시 재고 물량을 타 총판사에 넘기는 방식으로 금액을 보전하는데 어도비코리아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고로 남은 제품의 금액 11억원가량과 인력 투입 비용 2억원 등 총 약 17억원을 밀어내기와 손해배상금액으로 요청했지만 이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어도비코리아가 제품 구입을 강제하고 불이익을 제공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하다고 판단해 분쟁조정을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대형 SW 유통사가 어도비를 대상으로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다우데이타는 어도비 외에도 글로벌 주요 SW를 국내 공급 중이다.

다우데이타 관계자는 “주요 총판이던 회사를 상대로 분쟁 조정을 신청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갑을 관계에 밀려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SW 유통업계에 공정 거래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