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한국서 광고매출 신고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페이스북코리아.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페이스북코리아.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광고매출을 신고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보기술(IT) 공룡에 대한 과세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업도 매출을 현지 정부에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체계에 속도를 낸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세무 당국에 한국 내 광고매출을 신고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이보다 앞서 2017년 12월 “현지에서 발생하는 광고매출을 현지에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코리아도 관련 준비를 해 왔다.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은 지난해 8월 “한국 기업과 동일하게 매출을 세무 당국에 신고하겠다”며 올해 안 시스템 구축 마련 계획을 밝혔다. 2년 만에 절차를 마무리지은 것이다.

온라인 마케팅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사 플랫폼을 이용하는 법인 광고주 대상으로 사업자등록번호 인증을 받았다. 한국 세무 당국에 부가가치세를 신고하기 위한 사전 절차다. 페이스북이 매출을 신고하면 관할 세무서와 국세청은 이에 따라 월 또는 분기, 연단위로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매긴다.

페이스북 한국 내 광고매출은 연간 수천억원대로 추산된다. 연간 수조원대로 추산되는 앱마켓(구글플레이) 거래액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글과 달리 페이스북은 광고가 비즈니스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이 광고매출을 신고하는 것은 한국 내 사업 전반에 대해 세금을 낸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정부가 한국 내에서 발생하는 페이스북의 수익 활동을 거의 다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구글의 경우 한국에서 발생하는 광고매출은 구글코리아, 구글플레이 매출은 싱가포르에 위치한 아시아태평양 법인에 각각 귀속된다.

세계 각국은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출신 IT 공룡기업 대상으로 자국에 세금을 내라며 압박하고 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고 각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돌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는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자국 내 IT 공룡기업 대상으로 연간 수익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려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와인 등 프랑스 제품을 대상으로 보복 관세를 발표하는 등 국가 간 분쟁으로 비화됐다. 양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유예 협상을 하는 등 심각한 사안으로 발전했다.

OECD는 지난해 10월 기업이 법인을 두지 않은 나라에서도 디지털 영업으로 발생한 이윤에 해당 국가에 과세권이 있다는 내용의 일반 원칙을 마련했다. 올해 말까지 세부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미국은 이에 대해 디지털세 부과를 의무가 아닌 각국이 선택 적용하는 '세이프하버'를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 광고매출 현지 신고는 글로벌 기업이 국제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면서 “OECD가 기준을 구체화할수록 이런 흐름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