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신산업 뜬다...부처간 정책 주도권 경쟁

법안 10여건...세부 의견 개진 치열
중기부 소관 '비대면기업 육성법'
산업부·과기부 "종합 규정" 견제
산업 디지털전환법도 충돌 우려

비대면 기업 육성, 디지털전환(DX), 스마트제조, 인공지능(AI)·데이터 활성화 등 새해에 추진될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주도권을 놓고 산업진흥 부처가 맞붙었다. 새해 업무보고를 앞두고 혁신 법안을 선점하기 위한 각 부처의 기 싸움과 눈치 보기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부처마다 이들 혁신 법에 담길 조항에 부처 이름을 하나라도 더 넣기 위해 국회와 정부를 분주히 오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묶여 있는 ICT 신산업 관련 법안은 10여건에 달한다. 대부분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새해부터 추진할 한국판 뉴딜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다.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 중소기업 스마트제조혁신 지원에 관한 법률안,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 법률안, AI 집적단지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률안 등이 대표적이다.

큰 방향은 정해졌다.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과 스마트제조혁신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 디지털 전환과 AI 집적단지 등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각각 추진하는 것으로 의견이 수렴됐다. 데이터 분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장한다. 세부 정책에서는 경쟁이 치열하다. 국회 한 관계자는 20일 “올해 국회에서는 공정경제 3법처럼 여야 이견이 첨예한 법안을 주로 다뤘다면 새해부터는 혁신입법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제정법이 한둘이 아니어서 세부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법은 각 부처의 관심이 지대하다. 차관 직속으로 비대면경제과를 설치하고 비대면 바우처 사업을 빠르게 개시한 중기부가 해당 법률을 소관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발의돼 있다. 반면에 산업부에서는 비대면 산업 육성은 업종·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종합 접근을 해야 하는 만큼 산업발전법에 관련 내용을 종합해서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역시 비대면 사업의 정의가 정보기술(IT) 또는 빅데이터 기술 등을 활용한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과기정통부 핵심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재차 중기부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견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타 부처에서도 사업 주체를 중기부 장관이 아닌 정부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산업 디지털전환법 역시 마찬가지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소관 부처를 산업부로 했다.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산업데이터 관련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에 과기정통부에서는 지능정보화 기본법이 이미 산업디지털전환법에 담긴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데이터 컨트롤타워 설치 등을 핵심으로 하는 데이터기본법과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중소기업 스마트제조혁신지원법을 추진하는 중기부 역시 개별 기업 데이터는 중기부가 담당하고 산업부는 거시 데이터만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반대로 산업부에서는 이 법에 제조데이터 관련 내용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처 간 입법 경쟁은 새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발의된 법안 상당수가 의원 입법인 만큼 부처 간 의견 조율을 거쳐 국무회의 등에서 세부안이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새해 경제정책 방향이 정해진 만큼 대통령 업무보고 직전까지도 각 부처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눈치 싸움과 기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에서는 “미래 먹거리에 여러 부처가 관심을 기울여서 지원하려는 것은 나쁘지 않다”면서 “다만 중복 입법이나 불필요 사업 중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합리적 의견 조율과 함께 국회 및 차상위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ICT 신산업 뜬다...부처간 정책 주도권 경쟁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