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서비스가 LTE로 넘어오면서 이동통신 3사는 걸핏하면 ‘속도’를 두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멀티캐리어, 갑절 빠른 LTE-A, 광대역 LTE 등 새로운 기술을 더할 때마다 이통사는 자신들이 더 빠름을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2014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속도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의 화두는 ‘LTE보다 서너 배 빠른 LTE-A’다. 소비자는 당장 이 서비스를 제대로 누릴 수 없지만 이통사에서는 내일이라도 쓸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에서 이들 서비스의 현실과 과연 언제쯤 쓸 수 있을지를 짚어봤다.
◇LTE 속도 계산은
LTE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국내에서는 주파수분할(FDD) 방식을 쓰고 있다.
이 방식은 업로드와 다운로드 대역을 각각 나눠서 쓰는 방식으로 쉽게 이야기하면 상·하행 2차로의 고속도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업로드 10㎒, 다운로드 10㎒의 주파수 대역폭이 기본으로 총 20㎒가 필요하다. 전송 속도는 다운로드 최고 75Mbps, 업로드 최고 37.5Mbps가 나온다. 3G 대비 다운로드 최고 다섯 배, 업로드 최고 일곱 배다.
보통 모바일기기는 업로드보다 다운로드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동통신사는 이 속도를 끌어 올리는 데 주력한다. LTE에서도 업로드 속도 이야기는 거의 없고 다운로드 속도 이야기만 하고 있다. 처음 국내에 LTE가 상용화될 때만 하더라도 LTE 다운로드 속도는 최고 75Mbps였다. 하지만 지난해 LTE-A와 광대역 LTE가 상용화되면서 다운로드 속도는 최고 150Mbps로 갑절 빨라졌다.
LTE-A와 광대역 LTE는 다운로드에 LTE 주파수 대역폭의 갑절인 20㎒를 사용한다. 속도는 갑절로 빨라졌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 LTE 자체가 빨라진 것은 아니다. 내려 받는 도로가 2차로가 돼 데이터를 갑절로 전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주파수 대역폭이 30㎒가 되면 세 배가 된다.
LTE-A와 광대역 LTE의 차이는 주파수가 떨어져 있는지, 붙어 있는지의 차이다. LTE-A는 서로 다른 도로를 묶어 하나처럼 쓰는 것이고 광대역 LTE는 1개 차로를 2개 차로로 넓힌 것이다. 하나의 주파수를 쓰는 광대역 LTE가 더 좋기는 하지만 주파수 대역폭을 넓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주파수를 묶을 수 있는 주파수 집성기술(CA:Carrier Aggregation)을 사용해 LTE-A를 구현한다. LTE 기술의 목표는 열 개 주파수를 합쳐 총 100㎒의 대역폭을 만들어 쓰는 것이다.
◇225Mbps 상용화한 KT
국내 LTE-A 상용 서비스에서 현재 가장 빠른 속도는 KT의 ‘광대역 LTE-A’다. 3월 1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고 다운로드 속도는 225Mbps로 LTE보다 세 배 빠르다.
KT는 현재 메인 주파수인 1.8㎓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900㎒를 보조 LTE 주파수로 사용한다. 광대역 LTE-A는 이 두 개의 주파수를 CA로 묶어 구현한 것이다. 광대역 LTE 주파수의 다운로드 대역폭 20㎒에 LTE 주파수 다운로드 대역폭 10㎒를 더했다. 총 30㎒를 구현해 세 배 빠른 LTE-A를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지원 단말기가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단말기는 최고 150Mbps 다운로드 속도까지 쓸 수 있다. LTE 단말 규격으로 카테고리4에 해당된다. 다음 규격은 카테고리6가 준비 중이다. 최고 300Mbps 다운로드 속도를 낼 수 있다.
KT 입장에서는 기술 개발이 끝났고 망을 갖췄으니 서비스를 안 할 이유가 없다. “네크워크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는 건 통신사 입장에서 단연한 일”이라고 KT 관계자는 밝혔다. 망은 준비됐는데 지원 단말기는 없는 실정이다 보니 KT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300Mbps 준비 중인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LTE보다 네 배 더 빠른 최고 다운로드 300Mbps의 LTE-A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기술 시연은 끝마쳤다.
현재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LTE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다. 메인 LTE 주파수인 800㎒, 보조 주파수인 2.1㎓, 광대역 주파수인 2.6㎓ 등이다. 주파수 총 대역폭은 80㎒다. LG유플러스가 광고에서 유독 ‘8’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 중 광대역 주파수는 망 구축 중으로 최근 전국 광역시까지 상용화한 상태다.
300Mbps 속도를 내려면 주파수 대역폭 40㎒가 필요한데 LG유플러스는 이를 유일하게 갖추고 있다. 게다가 1월 말 보유하고 있는 세 개의 주파수를 묶는 3밴드 CA 기술 시연에도 성공했다. 다운로드 대역폭으로 10+10+20=40㎒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반기 상용화할 계획이다.
세 개의 주파수를 보유한 만큼 타사에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바로 3밴드 멀티캐리어다. 멀티캐리어는 기존 주파수에 트래픽이 몰리면 다른 대역 주파수에 접속해 트래픽을 분산하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국내 통신사가 두 개의 LTE망을 이용한 멀티캐리어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세 개 LTE 대역의 멀티캐리어는 처음이다.
LG유플러스도 광대역 LTE를 보유한 만큼 KT처럼 225Mbps 속도의 LTE-A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 일정은 밝혀진 바 없다.
◇SK텔레콤도 300Mbps 계획 중
SK텔레콤도 LG유플러스처럼 300Mbps를 계획하고 있다. 기술 시연에도 성공했다. 다만 이를 구현하는 데 쓰일 LTE 주파수가 부족하다. 800㎒와 1.8㎓ 광대역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주파수를 할당받아야 할 판인데 해결책으로 찾은 것이 3G로 쓰던 주파수의 전환이다. 오는 2분기부터 3G로 사용하던 2.1㎓ 주파수를 LTE로 전환할 계획이다. 2.1㎓ 주파수는 60㎒의 대역폭을 사용 중으로 가입자가 LTE로 전환해 여유가 생긴 만큼 이를 LTE에 활용한 것이다. SK텔레콤은 800㎒ LTE 주파수도 2G에서 전환했었다. 상용화는 LG유플러스와 비슷한 시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광대역 LTE는 1.8㎓ 주파수로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처럼 최근 광역시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다. 오는 7월 광대역 LTE 서비스를 국내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전국망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광대역 LTE와 LTE를 묶어 최고 다운로드 속도 225Mbps를 제공하는 LTE-A는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시연에 성공했다. KT처럼 상용화를 외칠 수 있지만 지원 단말이 아직 없는 탓인지 열심히 네트워크만 구축하고 있다.
◇지원 스마트폰은 언제쯤
시중에 판매되는 LTE-A 지원 단말기는 최고 다운로드 150Mbps로 LTE 단말 규격에서 카테고리4에 해당된다. 올해에는 300Mbps를 지원하는 카테고리6 단말이 나올 계획이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는 카테고리6를 지원하는 통신칩의 접속 시연이 이뤄지기도 했다. 퀄컴과 인텔, 브로드컴이 각각 카테고리6 규격의 LTE-A 모뎀칩을 선보이며 시연했다.
브로드컴은 통신장비 업체인 노키아솔루션앤드네트웍스(NSN), 핀란드 통신사인 엘리사와 함께 1.8㎓와 2.6㎓ 대역의 주파수를 묶어 300Mbps 속도를 내는 통신칩 시연을 선보였다. 브로드컴은 구체적 모뎀칩을 밝히지 않았으나 엘리사의 상용망을 이용한 만큼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텔은 XMM7260이 카테고리6를 충족한다. PC의 CPU 제조사로 친숙한 인텔이 통신칩을 만든다는 점이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2010년 인피니언테크놀로지 AG의 무선 사업부를 인수했다. 3G와 4G 무선 통신 관련 칩 등을 연구 개발 및 제조 판매하는 곳이다. 이때부터 4G에 대비해온 셈이다. XMM7260의 전작인 XMM7160 LTE 칩은 삼성전자 ‘갤럭시 탭3’에 채택되기도 했다. 인텔은 2분기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LTE-A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퀄컴의 행보는 가장 관심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MWC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3’를 사용해 접속 시연을 진행했다. 물론 사용된 칩은 스냅드래곤 805 프로세서와 고비(Gobi) 9x35 통신칩이다. 발표는 작년에 이미 이뤄졌는데 이제야 그 실체를 드러냈다.
스냅드래곤 805는 크레이트(Krait) 450에 기반을 두고 최고 2.7㎓ 작동 속도를 지닌 쿼드코어 프로세서다. GPU는 아드레노 420을 쓴다. 스냅드래곤 800에 적용된 아드레노 330보다 40%가량 향상된 성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고비 9x35는 20나노 공정으로 제작되는 첫 번째 통신칩이다. FDD 및 TDD 방식을 모두 지원하며 WCDMA /MC-HSPA, CDMA 1x/EVDO Rev. B, GSM/EDGE, TD-SCDMA 등에서도 쓸 수 있다.
이제 첫 시연에 성공한 만큼 퀄컴 칩세트는 상반기에 나오기 어렵다. 하반기가 유력한데 첫 제품은 ‘갤럭시 노트4’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9월 열리는 IFA에서 공개했다. 이때쯤이면 퀄컴의 칩세트 상용화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반도체·단말기
요즘 TV를 켜면 이동통신 3사의 3~4 배 빠른 LTE-A를 강조하는 광고가 부쩍 눈에 띈다. 하지만 이런 속도의 LTE-A 서비스는 6개월 정도 지나야 만날 수 있다. 한마디로 영화 예고편을 반년 전부터 내보내고 있는 셈인데 일반 소비자는 혼란만 느낄 뿐이다.
물론 KT가 이미 가장 빠른 LTE 다운로드 속도인 최고 225Mbps를 상용화했지만 소비자는 이를 체감할 방법이 없다. 그림의 떡이 아무리 맛있어 보인들 먹을 수 없듯 가장 빠른 LTE-A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첫 225Mbps 상용화라는 타이틀 외에는 딱히 이득이 없다. KT 입장에서야 단말기가 나오지 않으니 답답하겠지만 지원 단말기 출시 일정을 고려해 서비스 상용화 시점을 잡았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제대로 된 상용화는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하고 이를 지원하는 통신칩이 나와야 하며, 그 통신칩을 사용하는 단말기가 갖춰져야 한다. 이런 요소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게다가 300Mbps가 상용화된다고 하더라도 이 속도로 무얼 할 수 있을지의 고민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통신사에 묻고 싶다. 지금의 150Mbps도 LTE보다 속도를 갑절 끌어 올렸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한 서비스는 보이지 않는다.
75Mbps의 LTE를 쓰면서도 충분히 빠르다고 느꼈지만 150Mbps의 LTE-A로 시장은 재편됐다. 하반기 300Mbps가 나온다는데 이를 충분히 활용할 사용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속도에 걸맞은 가치를 좀 더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태우기자 TK@ebuz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