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수출호황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호황국면을 맞고 있다. 통상산업부가 밝힌 올들어 2월 말까지 전기전자 수출실적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7.2%가 늘어난 55억5천5백만달러를 기록、 신장률로는 사상 최고의 수준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전기.전자 수출실적은 3백20억5천3백만달러로 전년대비 29.6% 늘어났던 것에 비하면 쾌조의 스타트를 보이고 있음이 분명하다.
현재까지 정부의 공식적인 수출실적이 집계되지 않았으나 정부관계자들은 엔 고의 가속화로 전자부문의 수출이 더욱 활황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전자제품의 수출은 당초 예상했던 3백억달러보다 16%정도 늘어난 3백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는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부터 외국업체들의 주문이 줄을 잇고 있고 중동등 일부지역의 주문은 거절할 정도이며 공장은 완전 풀가동중이다.
가전3사의 1.4분기의 수출실적이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으나 올 1.4분기까지 수출실적이 단일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3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같은기간동안 11억 5천만달러를 기록、 전년동기대비 35%의 신장률을 보였으며 대우전자도 전년동기대비 33% 신장한 6억8천5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전자는 전년동기대비 1백10% 늘어난 6억4천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품목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전자부품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올들어 1.4분 기중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정도의 수출신장률을 보였으며 산업전자 부문도 20%가까이 늘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연초에 산업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가 엔고효과의 점진적 감소를 예상、 올 전자산업의 수출신장률이 전년대비 각각 14.7%와 17.4%의 신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의 수출호황은 가히 폭발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자업체들의 이같은 수출호조가 엔고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세계적 조류에 민첩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를 시급히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전자업체들의 엔고활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엔고효과를 반감하는 징후가 곳곳에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4분기동안 엔화의 환율이 20%가 까이 절상됐다. 이 절상폭이 수출신장률에 흡수될 경우 그동안의 전자제품 수출평균신장률 30%를 포함、 대일 수출경쟁력 향상이라는 "알파"를 합쳐 적어도 50%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전자업체들이 30%안팎의 수출신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엔고의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반면에 미국、 유럽 유수전자업체들은 엔고효과를 기대이상 누리고 있다. GE를 비롯、 필립스、 그룬디히등 가전업체를 비롯 컴퓨터 통신업체들이 예년의 10%내외에 그쳤던 수출신장률을 20%수준으로 끌어올려 엔고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수출채산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엔고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고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자산업의 고질적 인 병폐인 핵심부품의 대일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데도 현상은 그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통상산업부에 따르면 올 2월까지 14억1천2백만달러어치의 전자제품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억5천8백만달러에 비해 3억5천 4백만달러 늘어난 규모이다.
그 가운데 전자부품의 대일수입액은 7억5천4백만달러로 전년동기 5억8천만달 러보다 30% 늘어났다. 삼성전자를 비롯 LG전자、 대우전자、 현대전자、 아남전자 한국전자등 국내 전자업체들은 앞으로 오디오、 모니터、 냉장고、 FAX、 컬러TV등 각종 전자제품용 부품을 20억달러어치 수입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일본전자업체들이 엔고극복을 위해 부품가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수출 채산성 개선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원고"현상도 엔고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원화절상률은 올들어 이미 지난해의 2.6%를 넘었으며 원고도 가속화추세를 보이고 있다. 엔고로 벌어들인 돈을 원고때문에 잃어버린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전자업계가 엔고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은 원자재의 대일의존 도 심화、 일본지역의 시장공략 미흡등의 이유를 들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엔고대비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엔고는 일본제품에 대한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높여준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른 수출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로 깔려 있다. 따라서 상황이 바뀌면 얼마든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엔화의 환율이 아무리 올라도 국산전자제품의 질이 떨어지거나 경쟁관계에 있는 일산 전자제품의 수출가격이 대폭 떨어졌을 때는 국산제품의 수출급증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 전자업체들이 엔고로 인한 수출호황에 들떠 있는 동안 일본 전자업체들 은 가격인하를 통해 엔고극복에 나서고 있다. 올들어 엔고가 가속화되자 일본 전자업체들은 한국산 전자제품과 경쟁을 우려、 각종 전자제품의 가격을2 0%정도씩 낮춰가면서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의 경쟁을 따돌리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품질을 일산제품을 능가할 정도로 개선하지도못했다. 이같은 수출환경이 우리나라 전자산업이 엔고 호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이번 엔고를 부품과 기계류의 일본수입의존도 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 또 일본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시장과 난공불락으로 여겨져 왔던 일본시장의 적극적인 공략방법도 강구하고 틈새시장 전략을 수립、 가격경쟁력의 상대적 우위를 보이는 분야에서 기선 을 잡아야 한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금기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