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중기획 SW산업을 살리자 (40)

이번 회에서는 전문가 기고 마지막 순서로서 LGEDS시스템 오해진 전무의 「SI산업 현황과 발전방안」을 게재한다. 아울러 시대와 환경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SI산업에 대한 개념 및 발전동향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 SI산업 현황과 발전 방안

국내 시스템통합(SI)산업은 10여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96년 현재 전체 정보산업에서 총매출 대비 42%, 총인원 대비 56%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96년 6월까지 1백32개 사업자가 공식 등록했으며 이중 상위 5개사가 연평균 성장률 45%를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 최근 경기위축에 따라 내년부터는 다소의 수요감소가 예상되지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2000년까지 연평균 30% 이상씩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고도성장 추세와 달리 고객들이 요구하는 기술과 경험을 보유한 전문인력은 상당히 부족한 현실이다. 또 프로젝트 내용도 정보시스템의 위탁개발과 그룹내 전문회사를 통한 제한적 외부위탁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SI시장은 민간부문이 84%, 공공부문이 16%를 차지하나 민간부문 대부분이 계열사에 맡기거나 자체처리하고 있어 유효 시장수요는 매우 적은 편이다. 그나마 공공부문은 경쟁이 치열하고 제도 상의 제약으로 수익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SI산업은 기술집약적인 산업으로 투자대비 효과가 크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므로 정보산업에서 그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또 아직은 선진국과 비교해 기술수준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수출 유망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 이와 관련, SI산업발전을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본다.

첫째, 수요창출이 급선무다. 대형프로젝트 개발을 통한 수요창출로 프로젝트 수행능력과 기술경험을 쌓아야 한다. 정부에서는 선진국(미국은 예산의 2%) 이상의 정보화예산 편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시스템 운영관리를 전문업체에 맡기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이같은 노력은 정보시스템의 질적향상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는 물론 대형사업자와 중소업체의 동반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민간부문에서도 개방화시점인 98년부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보화부문 투자를 늘려야 한다. 2000년까지는 정부공공기관에서 수요를 창출해주고 2000년 이후부터는 민간기업이 이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두번째는 단계적 해외진출과 현지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국내 SI업체의 기술은 아직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한 상태여서 해외진출에 많은 투자가 예상된다. 따라서 이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단계적인 진출전략이 필요하다. 즉 1단계는 국내기업들이 동반진출해 공동 거점을 확보하고 2단계에서는 현지시장 조사, 현지업체와의 제휴를 추진할 수 있는 소규모 지사를 설립하고 3단계에서는 현지인 고용과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사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제반활동을 위해서는 현지 외교관과 기관 주재원들의 역할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번째는 SI사업의 전문화와 협업 촉진이다.

국내 SI사업자는 비등록업자를 포함, 96년말까지 2백50여개에 이를 전망인데 많은 업체들이 전문적인 능력과 자원을 무시하고 종합업체를 표방해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따라서 종합적인 능력을 갖춘 종합SI사업자와 특정분야에 전문능력을 갖춘 전문사업자로 구분해 수요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프로젝트가 커질수록 업체간 협력이 요구되므로 제안시 협력관계 제시를 권장하고 협력(컨소시엄)에 의한 실적을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종합업체와 전문업체는 상호보완 기능을 수행해 장기적인 유대관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네번째는 세계적 수준의 SI수행능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제휴와 촉진이다.

SI사업자는 사용자에 대한 경쟁력 확보와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특화된 기술 또는 자원동원 능력이 있어야 한다. SI요소기술은 고액의 대가를 지불하고 습득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정보화촉진기금 등 정책자금 지원을 통해 방법론과 지원도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컨설팅분야는 우수 전문인력 유치 등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 밖에 해외기술과 인력 유치를 통해 기술전수를 가속화하고 기술성 평가기준, 품질보증기준을 제정해 업체의 품질수준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

다섯번째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실용성있는 인력교육과 민간자체의 훈련 노력을 촉진해야 한다.

인력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현행 교육제도가 이론중심이어서 현장 활용이 곤란한데다 기업들이 자체 양성하는 인력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이의 해결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각급학교가 컴퓨터를 생활화하는 교육형태가 시행되어야 하며 대학의 교육과정은 과정원제에서 학부제로 개편, 사업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게 해야 한다. 또한 전문인력을 배출하도록 전문대학원을 설립하며 해외사업 수행을 위해 해외연수와 국제교환 프로그램등을 활성화해야 한다.

여섯번째는 정보화촉진을 위한 제도개선과 실효성있는 산업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SI사업의 기반은 합리적인 대가 인정과 구매, 계약, 예산제도에 달려있기 때문에 현재 3차 산업으로 적용되는 제도와 관습을 제조업 위주의 2차 산업적인 것으로 대폭 개편해야 한다. 관습적으로 투입되는 인원과 물자만으로 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을 탈피하고 성과에 의한 산정방식을 정착시켜야 한다.

기술과 품질에 기준을 둔 사업자 선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예산부문도 단년도 예산제도를 다년도 예산제도로 확장해 사업추진에 안정성을 부여해야 한다.

끝으로 SI업체들이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 품질에 기초하여 결과에 책임지는 서비스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업체들은 단순히 경험축적을 위한 무리한 덤핑수주를 자제해야 한다. 자신없는 분야인데도 불구하고 수주할 욕심으로 저가에 들어가게 되면 결국 고객을 희생양으로 삼아 검증되지 않은 기술과 서비스를 실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 SI산업의 발전동향과 전망

시스템통합(SI:Systems Integration)은 단순하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인적자원을 통합하는 차원을 넘어 고객의 정보화를 실현해주는 사업이다. 나아가 고객의 경영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책임있는 자세로 가장 적합한 수단을 강구해내는 일종의 파트너십 구축작업이다.

국내에서 SI산업은 일반적으로 컨설팅에서부터 시스템개발 및 유지보수 공정까지를 전체적으로 용역받아 사용자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같은 SI 개념은 초기 60년대에는 일반 사무업무를 대상으로 성력화 및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한 자동데이터처리(ADP:Automatic Data Processing)시스템과 일반 사무직 및 감독자층을 대상으로 한 통합데이터처리(IDP:Integrated Data Processing)시스템 구축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었다.

70년대 들어서는 자동화 및 의사결정지원을 위한 감독자층 및 관리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경영정보시스템(MIS)과 의사결정지원시스템(DSS) 구축이 주를 이뤘고, 80년대 후반부터는 전략정보시스템(SIS)으로 발전했다.

90년대에는 정보시스템이 기업의 경영도구로서 자리잡게 되면서 시스템 구축과정을 전문업체들에게 맡기는 아웃소싱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정보시스템 관리 운영 역시 장기 전문업체들과의 계약에 의한 시스템수탁관리(SM) 또는 코소싱(cosourcing) 등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보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이 분야 업무의 포괄적 외부위탁이 일반화되어 있다. 나아가 정보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업무의 일부까지도 관리위탁하는 단계(Process Management)로 접어들었다.

최근의 SI산업은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그축이 바로 인트라넷이나 전자상거래(EC) 또는 광속거래(CALS)다. 이같은 변화는 최근의 기업경영 환경이 개방화 및 글로벌화에 따라 정보공유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요구하고 있는 수준으로 발전한 데 따른 것이다.

SI산업은 이와 함께 전산화 자체를 패키지화한 전사적자원관리(ERP)의 등장으로 수탁개발 위주의 시장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치며 새로운 기술방향의 성립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2000년에 앞서 보급이 보편화 될 IC카드 관련 사업 분야도 SI가 나아갈 중심 방향의 하나로 점쳐지고 있다. SI는 한마디로 기업의 경영환경과 정보기술변화에 따라 변화를 보여온 것이다.

이같은 시장 및 기술변화에 따라 그동안 실무 개발위주로 사업을 수행해온 SI사업자들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컨설팅분야를 대폭 강화하고 나섬으로써 새로운 수요시장에 더욱 포괄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또 정보기술컨설팅 전문기업들을 비롯, 인터넷, 인트라넷 관련 중소사업자 및 PC통신사업자들이 인트라넷 구축 등과 같은 새로운 수요 창출을 겨냥해 시장 진입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내 SI산업의 기술과 시장에 대한 개념과 방향은 갈수록 복잡다단해질 전망이다.

〈구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