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세계 하이테크업체 아시아지역 투자 활기

외국 하이테크업체들의 아시아지역에 대한 투자 열기가 최근 다시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시게이트 테크놀로지를 비롯,팩커드벨 NEC,웨스턴 디지털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력 하이테크업체들이 지난해와 올해 사이 잇따라 아시아 지역에 신규공장을 건립하거나 설비확충을 추진하면서 수천,수억달러를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기침체로 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이 지역 경제성장은 계속 될 것이란 판단에서 생산거점으로서의 기능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

하이테크업체들이 아시아로 몰려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저렴한 노동력과 일부 국가들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노력, 부품 조달의 지리적 용이함, 급속히 확대되는 소비자시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시게이트는 1억3천5백만달러를 투자, 지난달 중순 싱가포르에 HDD공장을 준공했다.1만5천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 이공장은 첨단 설비에 하루 5만대의 고성능 HDD 생산능력을 갖춤으로써 세계에 있는 시게이트공장중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시게이트의 로널드 버둔 수석부사장은 과잉공급에 따른 재고량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어 들면서 4.4분기에는 수요증가에 따라 다시 공급량이 달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이 시장이 앞으로 당분간 연평균 15∼20%정도로 성장할 전망임에 따라 고객의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를 늘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시게이트는 최근 준공한 공장설립을 포함,지난해 6월에 끝난 자사 회계년도에서만도 신규 설비투자에 10억달러가까이 쏟아 부었고 올해 투자액은 이를 훨씬 상회할 전망인데 아시아지역에 대한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도 하이테크업체들 사이에 유망투자지역으로 손꼽힌다.

국가적 차원에서 정보통신산업을 집중육성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9월말 현재 전기, 전자분야에서만 외국인 투자 승인액수가 34억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95년 전체 투자액의 3배가 넘는 규모이다.

최근에는 마하티르 모하메드 총리까지 해외순방길에 하이테크업체들을 돌아다니며 자국 투자를 권장하는 등 외국업체 끌어들이기에 발벗고 나섰고 정부에서도 외국 하이테크업체들에 대해 면세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정책을 추진중이어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지가 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투자는 대규모 공업단지가 들어서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급부상하고 있는 페낭州에 집중된다.

팩커드벨 NEC는 그동안 이 지역에 2천8백만달러를 투자,최근 PC공장 가동에 들어갔고 아이오메가도 4천만달러를 들여 설비를 구축,지난해 여름부터 디스크 드라이브를 생산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 설비 확충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그동안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활동을 벌여 오던 업체들도 최근 들어 다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콸라룸푸르 근교에서 디스크드라이브를 생산하고 있는 웨스턴 디지털은 지난해 설비확충을 위해 8천여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올해도 추가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태국도 외국업체들의 투자열기에 있어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9월말현재 태국 투자위원회가 승인한 건수만도 전자분야 97개 계획에 14억8천만달러규모로 95년 한해동안의 금액과 거의 맞먹는다.

특히 전자산업 수출은 다른 분야와 대조적으로 지난해 19%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되고 있고 태국 정부 역시 이 분야를 정책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외국 업체들에게 투자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한편 이같은 투자행렬은 비단 호황을 보였던 품목뿐만 아니라 지난해 가격폭락으로 된서리를 맞았던 반도체분야에서도 계속된다.

관련업체들은 반도체 경기침체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역시 상승세를 타지 않겠냐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싱가포르의 경제개발위원회는 올해 웨이퍼 조립분야에서 1,2건의 신규투자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웨이퍼공장의 설비는 최소한 건당 10억달러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사업이 추진될 경우 역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웨이퍼생산은 아직 반도체 경기 침체에 따른 초과생산설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여전히 신규투자에 따른 위험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은 경기활성화를 낙관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하이테크업체들의 아시아지역에 대한 활발한 투자에는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의 유치노력 외에 이 지역이 신속한 부품조달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도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땅값이나 인건비가 주변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데도 투자유치를 위해 내세우는 논리는 단순한 생산비용보다 시간이나 생산능력 등이 훨씬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양질의 생산인력뿐 아니라 신속한 부품조달과 시장 공급체계는 지대나 인건비보다 더 중요하며 싱가포르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게 싱가포르 경제개발위원회의 설명이다.

최근 완공한 시게이트 공장이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되는데 이 회사는 노동집약적인 저가 제품의 경우 필리핀에서 생산하고 하이엔드급 제품은 싱가포르에서 주력생산할 방침이다.

이렇듯 최근 보여주는 외국 기업의 아시아에 대한 투자열기는 하이테크산업이 지난해의 부진에서 벗어나 다시 이 지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강한 기대를 갖게 만들고 있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