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상가에 현금거래가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
중견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부도 이전까지만 해도 유통업체간 거래방식은 어음결제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수표나 현금이 아니면 제품거래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금거래가 보편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소프트웨어 유통업체 등 비교적 거래금액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도입하기 시작한 현금거래방식이 점차 대규모 중간 도매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용산전자상가의 컴퓨터 중간도매업을 운용하고 있는 L사장은 『그동안 유통업체간의 물품거래시 금액 규모의 80% 이상이 어음으로 주고 받는 형태로 이루어졌으나 최근 부도여파 이후 유통업체들의 어음거래 회피와 현금거래 선호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두달 사이에 어음거래가 70% 정도로 떨어지고 업체간 거래금액도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견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연쇄부도로 피해를 입은 중간 도매상들의 피해규모를 살펴보면 곧 어음거래 규모와 그대로 일치하고 있다. 물품을 주고 대신받은 어음이나 배서를 이행한 어음은 관련업체의 부도와 동시에 휴지나 마찬가지로 아무런 가치가 없게 됐다.
최근 컴퓨터 유통상가에 어음거래를 대신해 현금거래가 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올해초부터 모니터 판매사업에 참여한 D사의 한 관계자는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부도사태 이후 현재 어음으로 결재하고 있는 거래선에 대해 제품공급을 축소하고 현금결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모품 유통업체인 용산의 J사 관계자도 『대형 컴퓨터 유통업체인 S에 제품 납품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부분 어음거래를 요구하고 있고 결재기간이 6개월인 장기어음을 발행하고 있어 제품공급을 포기할 작정』이라고 설명했다.
어음거래는 본디 금액규모도 크고 자금융통이 쉽다는 장점으로 일반 기업체간의 가장 보편적인 거래방식으로 채택되어 왔다. 여기에 액수가 작고 자금융통의 한계가 있는 현금거래는 보조적인 방식으로 이용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용산 등 전자상가에서 최근 현금거래가 증가하면서 유통시장의 거래금액의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이는 거래물량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중견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부도발생 이전처럼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거품거래가 그만큼 사라지고 유통시장의 거래가 정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현금거래가 늘어 날수록 한 업체의 부도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물량 규모가 실판매량 만큼만 유통되면서 꺽기 등 불건전한 유통관행도 사라질 것이란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부도를 내고 쓰러진 아프로만의 지점장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서울정보통신의 한상록사장은 『새롭게 컴퓨터유통 사업을 전개하면서 기존 아프로만 협력업체를 활용키로 했는데 협력업체들이 안심하고 물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이들 업체와 어음대신 현금으로 거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은 『현금거래로 당장 큰 마진을 남길 수 없으나 덤핑이나 꺾기 등을 방지하고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분량만큼의 정상이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영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