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구 연암공업전문대학 학장
권숙일 박사가 과학기술처장관으로 취임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동안 연속해서 두번씩이나 과학기술자가 아닌 장관을 맞이했던 과학기술계의 모든 인사들도 이번 권 장관의 취임을 반기리라 믿는다.
그런데 신문보도에 따르면 이번 장관 취임을 본인이 처음에는 고사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본인의 심경을 짐작할 만하다. 과학기술정책이란 것이 하루 아침에 성과가 나타나는 일도 아닌데다 어차피 장관의 수명이 별로 길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번 내각은 한시적이어서 장관으로서 소신을 펴기에는 너무나 제약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고사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고 끝에 맡으신 일이라 잘하실 것으로 믿으면서 기대하는 몇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새 내각이 들어서자 신문지상에 금융실명제의 보완에 관한 기사가 많다. 이 일을 여러가지로 볼 수 있겠지만 김영상 대통령의 치적 하나를 마무리짓는다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일의 시작보다는 마무리를 소홀히 하는 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어떤 일을 마무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그 일에 대해서 좀더 신경을 쓰고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과학기술정책도 이제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시작한 일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새 장관에게 기대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오는 4월이 마침 과학기술처가 발족한 지 30주년이 되고 그 행사의 일환으로 「과학기술 30년사」를 편찬하고 있다. 이 내용에서 보면 많은 장관들이 새로운 정책을 내세웠다가 장관이 바뀌면 물거품처럼 정책이 사라진 일이 수없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물거품을 다시 만드는 것보다는 이미 진행되고 있거나 걸림돌에 걸려 진행이 중단된 일을 찾아서 제대로 추진하는 마무리작업이 더욱 가치 있다고 믿는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일이다. 이 특별법이 과학기술계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으나 이 법이 제정되면 현재보다는 진일보할 것이 틀림없다. 과학기술자가 듣는 비판 중 하나가 고집불통이라는 점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경제원리에서만 접근하는 것도 문제지만 경제원리를 무시하고 이상만 가지고도 이룰 수 없으므로 타결점을 찾아야 하는 사안으로 보인다.
다행히 이번 내각에는 과학기술장관회의의 의장이 되는 재경원 부총리에 국회에서 남달리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이 분야에 식견을 가진 분이 임명돼 과학기술분야을 마무리짓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과학기술계 인사가 과기처장관이 되면 더 시끄럽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다. 과학기술계 인사가 아니면 아예 포기해 버리기 때문인지, 장관의 소신이 너무 뚜렷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 한편으로는 과학기술계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탓도 있다고 본다. 오랜만에 과학기술계에서 장관이 나온만큼 작은 의견차이로 시끄럽게 하기보다는 우리가 힘을 모아 마무리를 잘 하도록 도와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과학기술계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