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유통업계 여성파워 시대 (2);그린피아 홍근의 실장

전화 두대와 팩시밀리 컴퓨터 각각 한대, 그리고 영어사전 한권. 이것만으로 그녀는 밥값을 한다. 그것도 황무지와 같은 컴퓨터보안기 수출시장의 첨병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신념만 있으면 태산도 삼킬 수 있습니다. 여자라는 고정관념만 벗어버린다면 조직의 개체로서 두세배이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컴퓨터보안기전문회사 그린피아의 해외수출담당 홍근의(34)실장. 이미 서른을 훌쩍 넘기고 눈가의 주름을 걱정할 나이에 그녀는 생후 6개월의 첫 아이를 뒀다. 물론 만혼이 원인이다. 또 만혼의 원인은 그칠줄 모르는 그녀의 일 욕심 때문이다.

그린피아는 그녀에게 신체의 일부이다. 현재 최종국사장과 함께 그린피아의 기둥을 세웠다. 일등 창업공신인 셈이다. 회사의 법인화 문제부터 공장설립, 인원모집 경리에 이르기까지 그린피아의 업무를 안해 본 것이 없다. 그린피아란 이름 곳곳에 그녀의 손때가 묻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녀가 이젠 수출담당 실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그린피아의 세계화에 다시 나섰다.

『처음 네덜란드 바이어를 만났을 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바이어 역시 네덜란드사람이기 때문에 영어에 능통치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있게 말문을 텄습니다. 결국 상담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이후 영어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제 그녀의 영어회화 실력에는 손색이 없다. 바이어의 구매상담에 자유롭게 대처하고 사장의 통역역할도 한다. 해외기술을 수입하거나 제품을 수출할때 그녀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이다.

『일에 있어서 여자이기 때문에 라는 말은 더이상 통용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자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부단한 노력과 열의만 있으면 더이상 금역은 없습니다』

그녀는 나이와 달리 X세대 여성이다. 생각도 행동도 다부진 체격과 걸맞게 신세대적이다. 흔한말로 웬만한 남자 두서넛은 까먹고 들어가는 당찬 여자다. 지난해에는 출장관계로 만삭의 배를 안고 장장 14시간의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적도 있을 만큼 맹렬적이다. 가족의 우려를 뿌리치고 감행한 엔테베작전(?)이었다. 최근에는 체코에 1만개의 보안기를 수출했고 아프리카에도 1만개의 수출주문을 받아놓았다. 쉴새 없이 울리는 전화통과 팩시밀리 속에서 그녀는 보안기 수출이라는 대명제와 씨름하고 있다.

『수출업무요? 까다롭습니다. 섬세한 부분도 필요하고 과감성도 필요합니다. 때론 넉살도 필요하고 공격적이여야 합니다. 그러나 힘든 만큼 재미있습니다』

최첨단 마케팅의 앞줄에선 그녀에게 그린피아는 미래를 걸고 있다. 그리고 그린피아 「산업 여전사」라는 왕관을 서슴없이 내놓았다. 그녀가 있기에 오늘이 그린피아가 있었다고.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