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반도체 칩 설계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증가와 우수 인력 풀(Pool)의 존재라는 두가지 조건이 결합되면서 이 나라의 칩 설계능력이 분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칩 설계산업 관계자들은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국이나 대만이 이룬 반도체 신화가 인도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
이들은 과거 일자리가 없어 미국의 실리콘밸리 등지로 떠나야 했던 우수 인재들의 해외유출 러시가 사라지고 지금은 오히려 실리콘밸리 업체들의 인도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인도 반도체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
이미 IBM,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스, SGS 톰슨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미국과 유럽의 유명 반도체업체들이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와 방갈로르 등지에 자리를 잡고 반도체 칩의 설계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인도행을 자극한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인도 정부의 외국인 첨단산업 투자 유치를 위한 자유화 정책이 큰 몫을 했다.
인도 정부는 특히 칩 설계산업 유치를 위한 노력으로 과거 인도업체와의 합작요구 등 까다로운 조건을 없애고 1백% 외국인 투자업체의 설립을 승인하고 일정 기간 법인세 면세 등 세제혜택과 함께 전력, 통신설비 등의 인프라 구축 등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92년 1억5천만달러에 불과했던 외국인 투자규모가 96년 20억달러로 급증했으며 그 중 상당 부분은 칩 설계분야에 대한 투자였다.
그 결과 지금은 세계 유명 반도체업체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 중 상당 부분이 인도에서 설계된 것일 정도로 인도의 칩 설계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TI의 디지털 신호처리칩(DSP)이나 S3의 멀티미디어 칩 등이 인도에서 설계된 대표적인 제품에 속한다. TI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도가 일본, 유럽과 함께 자사 3대 해외거점의 하나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얼마 전 인도에서 미세가공에 필요한 주문형 반도체 라이브러리 개선(업데이팅)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공적으로 끝낸 사례를 들면서 이런 작업을 인도에서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인도의 위상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자체로는 반도체 설계산업의 성장이 관련 서비스 및 지원산업에 파급력을 미치는 전방 산업 연관효과를 거두면서 향후 정보기술산업의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갈로르 외곽에 실리콘밸리를 본떠 건설할 예정인 국제기술공원(인터내셔널 테크파크)도 이런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인도 카나타카 주정부와 타타그룹 및 싱가포르 컨소시엄이 합작해 4억7천1백만달러를 투자, 오는 2001년 완공할 계획인 이 기술공원 건설 프로젝트는 첨단산업분야에서의 인도의 잠재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