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법 저울`에 오른 통신서비스 다단계 판매 (하)

지난해 7월 다단계판매업이 공식 허용된 후 현재까지 등록된 업체는 1백개가 넘는다. 이중 통신 관련제품 다단계판매를 이미 시작했거나 추진중인 업체는 세모, 진로하이리빙, 한세계통신 등 10여개 업체에 이른다.

지난 해 8월까지 등록된 외국 다단계업체의 수는 11개에 불과하지만 이들 업체의 연간매출액은 3천2백49억원으로 전체 내수시장의 73.3%를 점유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었다. 다행히도 통신다단계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는 업체는 아직 국내 업체들이다.

세모는 한국통신과 이미 시티폰, 공중전화카드, 국제전화카드 등의 다단계판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다단계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진로하이리빙도 신세기통신, 나래이동통신과 통신상품에 관한 다단계판매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통신 다단계판매 시장에 진출하려는 업체 모두가 껄끄러워 하는 법조항이 하나 있다. 지난 해 7월 발효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가운데 다단계판매에 관한 세부규정을 다루고 있는 제4장 45조 금지행위에 관한 조항이다.

45조 2항에선 다단계판매원 또는 다단계조직의 가입자에게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위탁하거나 알선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무형의 상품인 휴대전화 및 시티폰 서비스 상품을 위탁, 판매하는 것이 현행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해석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단계판매 업체들은 법 조항의 모호함 때문에 통신 다단계판매 사업을 적극 추진할 수도, 그렇다고 아예 포기할 수도 없는 갈림길에 서서 주무부처인 통상산업부의 명확한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통상산업부측은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다단계판매법을 지난 해 7월 갑작스럽게 제정한 데다 시행 초기 단계여서 참고할만한 법규가 없고 재정경제원과 정보통신부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만큼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산부의 한 관계자는 『현행 방문판매법에선 상품과 서비스 모두를 다단계판매 금지 대상으로 정하고 있어 통신 서비스도 이 법의 적용을 받으며 특히 휴대전과 및 시티폰 구입과 서비스 가입이 동시에 이뤄지는 패키지 형태의 판매도 엄밀히 따진다면 관련법규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정통부는 통상산업부와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통신서비스 가입 유치 자체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므로 방문판매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는 견해다.

관계부처가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다단계판매 업체들은 더 이상 기다렸다간 통신시장이 완전개방되는 시기에선 외국회사에 안방을 내주고 만다는 판단에서 단말기만을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하고 서비스 가입은 방문판매 방식을 적용,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일부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 방식을 조합한 편법 형태로 법 적용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으며 나머지 업체들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업을 시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통신시장 활성화 및 외국회사의 국내 시장 선점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주무부처가 명확한 법 해석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영복·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