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이정태 통신원> 인터넷의 활용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인터넷의 활용범위가 기업용 인트라넷같은 경제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으로까지 넓어지면서 인터넷이 이른바 「전자 외교」의 실현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넷에 쇄도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원조 요청이나 분쟁에 대한 지원, 억압적 상황을 알리는 여러 국가와 민족의 메시지들이 바로 인터넷의 새로운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미국 평화위원회 리처드 솔로몬 대표는 『인터넷은 국제 문제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인터넷을 통한 전자외교가 강대국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분쟁지역에서 평화를 촉진시키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인 분쟁지역의 하나인 유고슬라비아의 경우에서 인터넷 정치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세르비아의 밀로세비치 대통령의 철권 통치를 반대하는 반정부그룹은 지난해 11월 수도 베오그라드에 웹사이트를 개설, 전세계를 상대로 자신들의 투쟁상황을 매일 전달한 바 있다.
「프로테스트」라는 이름의 이 사이트는 국제정치에서의 정보 기술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솔로몬 대표와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1960년대 헨리 키신저 미 외무장관이 이루어낸 정부간 대면외교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바드大 루이스 브란스콤 교수는 『인터넷의 실제 역할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을 촉진시키는 데 있다. 인터넷은 다른 매체로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주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세르비아의 예에서 세계인들은 인터넷이 정부의 간섭 없이도 국제적인 이해관계에 개입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밖에 지난 해 개설된 자이레 내전에 대한 자료와 의견을 모아 공개하는 「자이레 와치(Zaire Watch)」라는 사이트가 시선을 모으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약 2만명의 사람들이 방문한 이 사이트에 대해 개설자인 미 공군 조종사 출신인 에드 마레크氏는 『인터넷의 위력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단 한 대의 PC를 가지고 자신의 집에서 세계를 상대할 수 있다는 엄청난 경험을 몸소 겪은 것이다.
유엔 국제지원국은 「릴리프웹(reliefweb)」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정치적인 위기상황이나 천재지변에 대해 국제적인 차원의 원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확보했다. 비정부조직(NGO)들이 위기상황에 대해 정보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먼저 터득한 것이다.
조지 타운大 체스터 크로커 교수는 『정부, 군, NGO나 미디어 등 모든 조직이 새로운 전자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익의 관점에서만 테크놀로지를 판단하는 건 반대한다』고 말했다. 열린 사회로의 지향을 가능케하는 또 다른 이익을 생각하자는 지적이다.
물론 아직도 기술에 있어서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차이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억압받는 사회에서조차 PC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현실을 어느 정도는 개선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정부처럼 인터넷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에도 자유로운 정보교환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솔로몬 대표는 『중국 베트남 북한 같은 국가들은 인터넷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보유하길 원한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자국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마이크로소프트社 빌 게이츠 회장도 올 초 세계경제 포럼에서 인터넷 내용 규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비록 역효과가 있다 해도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폭넓은 참가없이 한 국가가 인터넷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게이츠 회장의 의견에 공감했다.
아직은 초보적 단계에 불과하지만 사회적 공공기능을 수행하는 매체로서의 인터넷의 기능은 앞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